Life & Travel/해를 등지고 놀다

헤센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나비부인에게 말을 걸다

패션 큐레이터 2016. 3. 15. 22:05



이번 여행에서 독일의 비스바덴의 헤센 국립극장에 간 일이 참 오랜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곳에서 오페라 나비부인을 봤다. 나는 유독 여행 때마다 걸리는 오페라 작품이 이 나비부인이다. 무슨 인연이길래. 예전 러시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를 종주할 때,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에서 봤던 오페라도 나비부인이었다. 내가 이 작품을 그리 좋아하는 것도 아닐 진대, 유독 이 작품과는 인연이 닿는다. <어느 개인 날>은 언제 들어도 좋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나비부인의 이야기구조며, 그 안에 담긴 역사와 서구의 관점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비부인의 프리미어 공연이 올라가는 날이라, 비스바덴의 언론 및 관계자들, 중요한 분들이 많이 모였다. 1부가 끝나고 중간 휴식시간 동안 근사한 오페라 극장의 내부들을 구경하면서, 공연 내용들을 복기해봤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나비부인은 뮤지컬 <미스 사이공>과 내용이 같다. 미스 사이공이란 작품이 푸치니의 나비부인을 근간으로 만든 작품이기에 그렇다. 솔직히 식민주의적 담론으로 읽혀지는 게 사실이고, 하나같이 우월한 백인의 자비만을 구하며 기다려야 하는 아시아의 여성성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서구의 동양침탈에 대한 역사를 변주하듯, 서구 백인의 비서구 여성들과 인종에 대한 시선은 불쾌하다. 



극장에서 한 컷.



프리미어 공연 답게 한껏 차려입은 분들이 극장에 가득하다. 극장에 함께 간 학생 중 한복을 입고 한껏 극장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기도 했다. 이날 주인공인 초초상을 맡은 분이 한국인 소프라노였다. 그만큼 외국에서 요즘 오페라단에서 한인들의 비중과 역할이 크다. 



극장의 면면이 화려하다. 바로크식의 건축내부는 항상 거대한 샹들리에를 중심으로, 천장이 마치 외부로 열린 공간처럼 처리하기 위해, 천장화를 그려놓았다. 



오페라도 기존의 레퍼토리를 넘어, 새로운 극들을 시도하고 새로 쓰는 작업들을 하면 좋겠다. 여행을 하는 순간순간, 다양하게 공연을 보고, 전시를 놓치지 않았다. 도시의 풍경을 담는 일도 좋고, 사람들과의 담소도 좋다. 다음 여행에는 꼭 다른 레퍼토리가 걸리길. 이번에 메가박스에서 하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의 1년 공연 레퍼토리 상연권을 구매할 생각이다. 가수들의 솜털 하나까지 다 보인다니, 실황중계의 느낌이 강하게 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