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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아카데미 특강 시즌 2-현대패션 Until Now

패션 큐레이터 2017. 9. 6. 20:38



금호 미술관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의 시즌 2 강의 첫번째 시간이 끝났다. 이번 시즌에는 현대패션의 전 영역을 살피는 시간이다. 통사론을 강의하기에 살펴봐야 할 내용의 양이 많다. 오트 쿠튀르의 탄생부터, 2017년 F/W 베트멍 컬렉션까지, 옷의 다양한 언어들을 시대별로 살펴본다. 나로서도 현대 복식사를 강의할 때마다, 내용을 증보하느라 정신이 없다. 



특히 미술사조와 건축, 철학과 병행해서 발전하는 옷의 언어들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기존의 복식사적 접근으로는 어렵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복식사는 의외로 예민한 부분들이 많다. 상업성과 예술성이란 두 개의 숙제를 풀어야 하고, 항상 두 세계 사이를 주유하며 옷이란 사물을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의상학 전문가보다, 정작 디자인사 전공이나 혹은 엉뚱한 영역의 공부를 하는 박사과정의 학생이 쓴 페이퍼나 논문이 더 근사하다고 느낀적이 많다. 중요한 것은 복식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어제를 통해 오늘을, 누적되는 오늘을 적분해서 미래를 타진하는 지혜를 얻는 것이다. 


매 시즌마다, 패션 트렌드를 타진 및 예측하고 관련 자료들을 세계에 공표하는 기관과 기업들의 보고서를 읽는다. 문제는 이런 자료들을 읽고 해석하는 일이 그저 한 시즌을 어떻게 장사하고 버틸까의 문제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누적된 오늘, 바로 이 순간의 인간의 면모를 담아내는 작은 조각같은 것이다. 패션은 이런 점에서 순수예술을 넘어, 인간의 삶의 문법을 모색하는 탐험가가 된다. 이들의 탐험은 휴식과 미식, 지식을 이해하고 접목하는 방식까지 나아가기 마련이다. 현대패션을 강의한다는 것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에서다. 



누구의 컬렉션이 뭘 표현했고, 주로 드러난 색채의 스펙트럼과 소재, 장식, 표면 디자인만 묘사하는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우리들의 굴절되고, 때로는 울컥 튀어나오는 욕망을 설명해 해는 것이다. 그래서 툭하면 시대를 누린 디자이너 이야기만 하거나, 이들을 중심으로 푸는 건 서술 방식의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오늘은 샤넬의 시대에 대해 강의를 마쳤다. 나도 이런 식의 강의를 좋아하지 않지만, 대중들은 너무나도 길들여져 있다. 툭하면 1920년대는 누구의 시대 이런 식의 설명들이다. 


다음 주는 초현실주의와 패션의 영향력, 나아가 50년대 쿠튀르의 황금시대를 다룰 생각이다. 말 그대로 범위가 넓다보니 촘촘하게 강의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항상 도전한다. 금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를 봤다. 미디어 작업의 다양한 면모들을 마음에 담는다. 대통령의 아들 문준영 작가의 작업도 눈에 들어온다. 흩뿌리는 빗방울로 한층 채도 낮은 하늘 빛에 반영된 미술관과 갤러리 길이 좋다.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들도 꼼꼼히 보고 와야 했는데, 다음 기회를 노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