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는 도서관과 무슨 깊은 인연을 맺었는지, 길위의 인문학이란 과정을 통해 너무 많은 도서관을 다녔다. 기업 컨설팅과 전문가 집단 강연을 주로 다녔던 나로서는 도서관 수업을 참관하는 일단 대중분들과의 만남이 기쁘고 좋지만, 사실 내 개인적인 스케줄은 많이 힘들어지곤 했다. 아마 올해 길 위의 인문학의 테마가 의식주에 대한 것이기에 그럴 것이라는 예상을 해본다. 내년에는 부르지 않으시겠지 하고 바래본다. 의복, 복식, 드레스, 패션과 단어를 가치고 치열하게 사유하고 글을 쓰고 생각을 나눈지도 오래되었다.
옷에 대한 생각의 틀을 부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많은 이들에게 옷은 여전히 백화점 문화센터 특강 수준의 것으로만 기억되기에, 옷에 대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융합적 산물로서의 생각을 전하기란 쉽지 않다. 길 위의 인문학이란 과정을 통해 복식의 역사와 미학, 다양한 옷의 얼굴을 짚고 설명한다. 그리고 탐방수업까지 겸해서 한다. 이번에도 가로수길에 있는 핸드백 박물관에 들를 예정이다. 일월 도서관은 수원에 있다. 처음 가봤다. 완공된지가 얼마 되지 않아 시설도 깨끗하다.
도서관 내 목재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진 카페에 들어가 강의 전, 커피 한잔을 마시며 한숨을 돌렸다. 9월은 유독 관공서 특강이 많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시민대학도 있다. 기업강의가 5개, 컨설팅 프로젝트까지 포함하면 나의 9월은 잔혹한 시간들의 연속이 될 것 같다. 오전시간에 열리는 강의라, 주로 주부분들이 많다. 옷에 대한 생각이, 지평이 넓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강의 끝나고 도서관 근처의 일월 저수지를 걸었다. 산책하는 시간, 손등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어루숭어루숭 간지럽다. 푸른 수면 위에 비치는 아파트의 풍경이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외곽선만 흐릿하게 지운채, 그 존재감을 물결 위에 새긴다. 수변이 있다는 것, 참 부럽다. 청담동 살면서 정말이지 보행을 하기에 너무나도 힘든 도시의 포도를 걷는 일이 하루하루 힘들기에. 그래도 가을 햇살이 내 옷 안으로 소록소록 스며 들어온다. 간지러움을 태우며.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다.
오늘은 복이 많은 날로 생각해야겠다. 성균관대 역으로 가는 길, 학교 교정도 한번 걸어보았다. 친한 교수가 이곳에 있긴 한데 갑작스레 연락하긴 힘들거 같아서, 패스. 학교 앞 보영만두에서 따스하게 만두국으로 몸을 데우고 다시 기업강의를 위해 논현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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