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경상남도교육연수원 행복특강-옷은 인간의 행복을 비추는 거울

패션 큐레이터 2017. 8. 28. 10:18



창원의 교육연수원에 다녀왔다. 400명이 넘는 공무원들을 위한 행복특강을 했다. 행복특강 답게 인문학적인 이야기보다는 옷과 우리의 삶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일상의 정서와 올바른 마음의 습관을 만드는데, 옷이란 사물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이야기 해봤다. 강의 전 용지호수를 한적하게 산책했다. 걷기만큼 마음의 무늬를 정리하는데 좋은 습관은 없다. 사선으로 쏟아지는 초가을의 옅은 햇빛, 가을미풍은 바람에 졸음을 가져오는 약이라도 탄건지, 풍과 화, 수, 이 모든 것들이 하나가 되어 넘치게 피어나는 순간, 산책은 항상 이 순간 속에 나를 돋을새김한다. 



가을이 다가오는 시간, 하늘을 대칭으로 마주하며 비추는 호수의 물빛이 곱다. 호수 주변에 조각 비엔날레 작품들이 있어 하나씩 살펴봤다. 하늘의 색과 닮은 귀여운 형상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창원은 지금껏 꽤 자주 내려갔다. 성산아트홀에서 열리는 수요 아카데미 강의는 600여명씩 자리를 하는 큰 행사다. 서울의 왠만한 곳보다 더 많은 청중들과 만나야 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오늘은 경상남도의 공무원들을 위한 행복특강이었다. 옷이란 것이 얼마나 마음의 습관을 만드는데 영향을 미치는지, 그 습관의 자리를 어떻게 매울 때, 우리의 삶은 좀 더 감성깊은 생이 될 지, 뭐 이런 주제들을 놓고 고민하는 자리였다. 



강의를 할 때, 절대로 단상에 서서 하는 법이 없다. 나는 어찌보면 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찾아가 말을 건내고, 수다를 떠는 걸 강의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나 스스로에게 말할만큼, 프레젠테이션으로 심도깊은 인문학 이야기만 줄창 교과서처럼 나누는 것은 때론 지루하다. 인문학이 우리의 생을 만날 때, 우리의 삶에 일어나는 변화란 확연하지만 그 변화의 속도가 워낙 느려서, 사람들은 인문학 강의의 효용에 대해 약간의 의심을 표할 때도 많다. 



옷입기, 옷을 고르고 선별하기, 내 몸에 옷을 맞추기, 타인들에게 현재의 내 모습을 비추기, 좋은 반응을 얻고 여기에 대해 감사하기, 옷을 개고 걸어놓기, 옷을 수선해서 다시 입거나 기부하기, 옷을 소각하는 전 과정에서 우리는 생의 작지 않은 노동을 해가는 셈인데, 이 과정 하나하나를 즐겁게 하면서, 나를 돌아본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강의를 함께 해준 많은 분들과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면, 내가 채워지는 느낌이다. 항상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