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성남청소년재단 특강-멋스러운 인간이 되는 법

패션 큐레이터 2017. 7. 25. 18:19



오늘 정자동에 있는 청소년 수련관에 다녀왔습니다. 오늘부터 내일까지 이틀에 걸쳐 2017년 학교 도서관 연합독서캠프가 열렸습니다. 아이들이 제 책 <옷장 속 인문학>을 읽고 와서 강연을 듣더라구요. 백현중학교, 야탑중학교, 송림중학교, 샛별중학교, 내정중학교, 수내중학교 총 6개 학교도서관 사서교사와 정자청소년 작은도서관 사서분들이 모여 독서캠프를 공동기획하셨다고 하더군요. 인간의 내적 성장과 세상과의 소통의 매체가 되는 옷의 역사와 가치를 말해달라는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어떻게 강의를 진행해야 할까 꽤 오랜동안 고민을 했습니다. 



강의는 참 많은 곳을 다녔습니다. 그래도 사실상 대상은 성인이 많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한다고 해도, 전문가를 꿈꾸는 대학생들이었지, 사실 아주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해본적이 많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니 작년부터 올해까지 중학교/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한 건 10건이 겨우 되는 것 같네요. 그러다보니 여전히 청소년들이 무슨 코드를 좋아하는지, 어떤 문화적 촉발점에서 환하게 웃는지 이런 걸 파악하는게 쉽진 않았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무려 중학교 2학년생 150명이 청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제게 쭈뼜쭈뼛하는 듯 하면서도 꽤 진지한 질문과 답변을 요구했고, 저는 진땀을 빼면서도 즐거웠습니다. 



한 장의 그림을 선험적으로 본 적이 없는 한 아이가, 그림의 암시를 한 눈에 읽어낸 건 놀라왔습니다. 옷을 통해 저는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키우는 법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서열화와 격렬한 사회적 적응이라는 두 개의 숙제를 어린 나이부터 경험하는 이 나라에서, 저는 아이들에게 '옷'이라는 사물에 담긴 존재론을, 그 소중한 의미들이 어떻게 나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까를 말해주고 싶었죠. 이번 기획은 꽤나 알차 보입니다. 둘째 날은 그림책 <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를 읽고, 헌 셔츠를 활용하는 나만의 옷을 만드는 시간을 갖고, 자기가 만든 옷을 입고 무대에서 패션쇼 연출, 피날레를 장식하며 마무리할 계획이라네요. 놀라운 것은 옷이라는 사물을 통해, 일상과 친숙해지고, 나 자신을 새롭게 만나는 방식을 연출하려고 애쓰는 선생님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옷을 나와 사회를 바라보는 렌즈로 삼는 일. 옷에 대한 생각이 우리들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지렛대가 되는 일이 되도록 지금껏 달려왔었습니다. 긴 시간, 의상학 전문가들은 간과해온 역할을 해오느라고 힘들기도 했지만, 사회 전반이 이제 제가 던지는 메세지를 긍정적으로 수용해주고, 함께 변화해가려고 하는 이 모습에 저는 숙연해지고, 감사할 뿐입니다. 오늘도 최선을 다해서 돕는 마음으로 강의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최애'하는 쌤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