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부개 도서관 특강을 마치고-일상의 사물을 읽는다는 것

패션 큐레이터 2017. 6. 24. 01:15



올 해 상반기 유독 도서관 특강이 많았다. 한국의 국공립 도서관이 <길 위의 인문학>이란 프로그램을 전략적으로 잘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테마가 의식주였기에, 나로서는 툭하면 불려다녔다. 올해만 5군데 도서관에서 4주에서 6주에 걸친 현장학습과 강의를 겸한 특강을 했다. 어제 인천 부개도서관에서 4회에 걸쳐 진행한 <일상의 사물 읽기>강의를 마쳤다. 사물은 항상 우리 곁에서 객관적인 실체로 남지만, 인간이란 주체를 만나면서, 관계를 맺고 우리와 하나로 통합된 존재가 된다. 옷도 그렇다. 


첫 강의 때, 프랑스 근현대 복식과 단추에 대한 전시를 보았고, 이후 연속적으로 옷의 변화와 사회와의 관계맺기에 대한 공부들을 했다. 나로서는 시대별로 깊게 가르치고 싶은 욕망에, 최근에 더욱 보강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심도깊게 풀었다. 물론 아이템별로 강의를 해도 한 학기가 넘게 걸린다. 이번 함께 했던 단추전만 해도 한 개인 컬렉터의 열망과 더불어, 단추에 담긴 수많은 서사가 교차하는 그 현장이란 걸 보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전시 한편의 울림이 적지 않았다. 패션공부를 하면서 스타일의 역사로만 치부되던 복식사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경제사를 공부해왔다. 지금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고, 학습하는 복식사는 거의 반쪽짜리 수준을 넘어서, 어찌보면 의상학과 내부의 아주 협소한 시각만을 배울 뿐이다. 너무 오랜동안 패션의 역사연구를 이런 이들에게 맡겨 놓은 탓에, 우리는 옷에 대한 온편은 고사하고, 반편짜리 양상의 역사만을 배우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미시사가 그러하듯 말이다. 많은 이들에게 옷에 대한 상식을 넓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입고 소화해내는 저 옷과 우리의 주체적 이성이 만나는 자리를 어떻게 만들어내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드렸다. 나도 최선을 다해 강의했다. 복식사란 신생부분에 대한 대중의 관심들이 점차 커지는 것, 분명히 이 자리를 빌어 공언할 수 있는 건 내가 한 몫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헌신 위에서 만들어진 인기를 이용만 하려는 출판사나 저자들도 꽤 보인다. 


옷장이란 개념을 겨우 사람들에게 설명해서 이해시키기 시작하니, ~의 옷장 이니, 나는 옷장입니다 류의 엇비슷한 책이 마구잡이로 서점에 보인다. 함부로 컨텐츠의 다양화를 거들먹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아동책들 만든다는 이유로, 함부로 성인 대상으로 쓰여진 책 내용을 문체만 바꾸어서 손쉽게 내고 인기에 영합하는 그런 인간들이 어디에서 '나 출판합네 어쩌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속상함이 많지만, 이런 강의를 통해 항상 지평을 넓히는 노력, 그 지평을 확장하려는 열망은 결코 사그라듬이 없을 것이다. 여기 도서관 관장님이 참 감각적인 분이었다. 옷도 잘 입으시고, 프로그램 계획도 잘 하신다고. 4주간 참 즐겁게 다녔다. 함께 해준 모두에게 감사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