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신원패션 특강 후기-트렌드를 읽는다는 것

패션 큐레이터 2017. 3. 21. 16:05



오전 8시 30분, 신원패션 1층 강의장에 300여명의 임직원 분들이 모였다. 2017 F/W 패션 경향에 대해 풀어가는 시간, 내 강의는 항상 패션예측회사들이 내놓는 해석을 인문학을 통해 살을 붙여가며 풀어가는 편이다. 난 트렌드란 것도, 인문학의 뜰채로 걸러낸 세상에 관한 관점이란 생각을 한다. 나로서는 아쉬웠던 것은, 하나씩 다가올 시즌의 경향들을 역사와 연결해 자세하게 풀어드리지 못한 것이다. 한국의 많은 소비재기업들과 패션 회사에서 트렌드 강의를 하지만, 정작 트렌드를 말하는 이들은 너무 기계적으로 '자기들이 임의로 만든' 조어들을 당연하게 쓰는 탓에, 항상 처음 이런 내용을 듣는 사람들은 당혹하기 쉽다. 


나 또한 오늘 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었는데, 준비한 것들을 제대로 못풀어낸 것 같아서 많이 아쉽다. 사실 기업을 상대로 복식사를 비롯한 인문학적인 토대를 조금만 쌓아주면, 트렌드라 불리는 '단어의 힘'에 매몰되지 않고, 자칭 패션예측회사들이 제공하는 내용들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도 키울 수 있다. 다음에는 꼭 짧은 시간에도 이러한 통찰이 가능할 수 있도록, 사람들의 마음을 찌르는 콘텐츠를 설계해보리라 마음 먹는다. 어차피 패션도 시간과의 싸움이고, 강의도 시간과의 싸움이다. 내게 주어지는 교육 여건 아래서 최선을 다해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다. 아침시간에 열중해서 듣기가 쉽지 않은데, 신원패션 임직원 여러분들, 개인적으로 내가 오늘 감사함을 느끼는 하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강사와 눈 맞춤을 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