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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 인문학 특강 4회차-바로크가 말하는 것들

패션 큐레이터 2017. 3. 8. 01:15



7월까지 강의 일정이 '빡빡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패션기업 강의 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재 기업들도 요구가 많다. 아마도 트렌드에 대한 경영전략적인 관점이 조금씩 입소문을 타는 이유겠다 싶다.  물론 요즘은 왜 이렇게 국공립 도서관의 <길 위의 인문학> 과정이 많아진건지. 의식주 체계를 말하는 건 좋은데 너무나도 이 주제에 매몰된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 일반인들에겐 워낙 인기있는 주제이기에 그럴 것이다. 이게 끝나면 보석 브랜드와의 콜라보 강연도 있고, 트렌드와 인문학을 함께 토론하는 기업 강의도 많다. 요즘은 왠만한 갤러리들도 다 미술관련 강연프로그램과 교육을 하다보니, 이 스케줄들을 다 맞추기가 쉽지 않다. 


나 자신이 복식사가에만 머물고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국내의 서양복식사 연구가 일천하고, 깊이가 없다보니 다양한 방법론을 스스로 만들고 공부해가며 '옷의 역사'에 대한 나 만의 글을 쓰는데 매진한다. 서양미술사 학회에서 나오는 미술사 논문은 깊이가 참 남다른 케이스들이 많아서 읽으며 복기하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결의 글과 정보가 모이고 하나로 통합된다. <옷장 속 인문학>이 5쇄를 넘었다. 요즘은 중국어로 번역되어 곧 대만과 홍콩, 말레이시아와 싱가폴 시장에 수출괸다. 인기가 나쁘지 않다. 인스타에도 100개가 넘는 소개가 올랐고. 앞으로 김영사를 위해 써야 할 글은 내용도 무거울텐데, 어떻게 팬층을 확보할까 고민도 된다. 이 과정에서 <옷장 속 인문학>이 작은 문을 열어주는 효과를 보여준다는 것은 확실해보인다. 


창비학당에서 하는 <옷장 속 인문학> 8강 중 4강이 끝났다. 오늘은 바로크 편. 바로크를 공부한다는 것은 현대패션에서 맥시멀리즘과 같은 사조들을 포함해서, 다양한 인간 내면의 폭발적인 단면들이 패션에 어떻게 용해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이다. 루이 14세에 관해서도 세월이 흐르며 학습량이 늘었다. 생 시몽의 <루이 14세와 베르사유 궁전>이라는 두꺼운 기록물을 꼼꼼히 줄 쳐가며 읽고, 국내 학자들 중에선 임승휘 교수와 이영림 교수의 책과 논문들을 다 훓었다. 이외에도 정치 사회적 조건을 토대로, 아카데미의 형성, 바로크 건축과 음악, 무용, 베르사유 궁의 조각과 건축, 인테리어를 맡았던 샤를르 르 브룅의 미학과 실천내용, 망사르의 정원조경술과 미학, 다양한 패션 외적인 요소들을 함께 살핀다. 이 모든 걸 결합해보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과 맡닿은 바로크의 정신적 뿌리와 만나는 것이다. 


오늘 강의에선 미술사가인 임영방 교수님의 <바로크> 내용들을 많이 녹였다. 이 두꺼운 책은 언제 읽어도 새롭고 좋다. 바로크가 어떤 특정 시대의 미감이나 기준이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들의 모습을 담는 상수라는 것. 나는 미술사와 인문학적 관점을 통해, 참 인간은 어쩜 이리도 재미있는지 감탄한다. 나는 내 안에서 약동하는 생명력과 찬연한 힘의 움직임들을 패션을 통해, 미술을 통해 항상 읽는다. 그 순간 나는 바로크적인 인간이 될 수 밖에 없다. 솔직하게 고백해보면, 미술사는 정말이지 어느 한 시대를 제대로 공부하기도 너무 버겁고 힘들었다. 매년 쏟아져나오는 자료들, 이걸 패션과 접목해 읽는 건 더 힘들고. 그런데도 지치진 않는다. 내 마음속에 조금씩 쌓이는게 보여서일까? 교만인가? 이 길은 확실히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