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가 올 2017년을 맞아 야심찬 기획을 했습니다. 올해는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의 탄생 500주년입니다. 종교개혁의 역사적 의의와 이와 더불어 일반 성도들에게 종교개혁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95개의 시선이란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죠. 흔히 종교개혁은 성도가 아닌 분들에겐 세계사 시간에 배운 작은 사건일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예전 가톨릭의 부패에 맞서 95개조의 반박문을 올리며 시작된 종교개혁, 그 사건은 그저 종교적 사안으로 환원될 수 없는 거대한 영향력을 오늘날 우리에게 던져주었습니다. 많은 질문들이 오갔지만, 복식의 역사를 연구하는 제게, 종교개혁은 '개인의 탄생'이라는 개념과 맞물리면서 패션의 탄생이라는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인간이 개혁된 신앙을 통해, 자기통제와 자기인식, 자기이해라는 미덕을 배워가는 동안, 패션은 과연 어떤 역할을 했을까를 집요하게 물어왔기 때문입니다.
너무 짧은 시간으로 편집을 해야해서, 질문에 대해 깊게 답했던 것들이 조금은 약해졌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특히 고딕양식과 관련하여 대답했던 내용들은 건축사/미술사에서 지적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당대의 심성사와 연결해서 풀어내려고 했지요.
저는 개혁이란 진행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종교개혁이란 것은 르네상스의 문을 연 한 사건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곳에 우리와 함께 있는 일련의 정신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개신교가 자꾸 맘몬의 신을 섬시고, 권력을 탐하고, 정치권을 기웃거리며 그릇된 정치 지도자의 도덕성을 옹호하는 시대, 우리는 잘못된 시대의 옷을 벗어 던지고, 세탁된 우리들의 정체성을 가져야 합니다. 저는 신앙도 한 벌의 옷을 갈아입고 벗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생각합니다. 우리는 철을 따라 계절 속에서, 시간의 감각을 느끼며, 이 모든 것을 창조한 분의 감정과 창조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요. 안정성이란 개념은 우리를 편안하게도 하지만, 멈춰있는 것은 한편으로 고인다는 것이고, 썩는다는 것이며, 지금 바로 가지고 있는 것을, 믿고 있는 것을, 그 방식을 지키는 것이 정의라고 착각하게끔 하지요. 르네상스의 마지막 날들도 그러했고요. 바로 지금 우리의 문명도 그렇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하고나서도 마음에 많이 여운이 되어 남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제 입술을 주장하여 말씀하신 것처럼 말이지요. 그래서 더욱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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