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인스퍼레이션

걸어다니는 패션백과사전-패션피디아를 샀다

패션 큐레이터 2016. 10. 4. 18:33


패션에 대한 생각은 이미지들만의 병렬에서 나오지 않는다. 특히 상품기획을 하거나 디자인을 하는 과정에서, 지금껏 우리가 축적해온 패션의 지식들과 용어들, 이미지에 대한 정확한 명칭들은 작업의 강도를 빛내준다. 이번에 구매한 패션피디아는 패션의 모든 것들, 스타일, 소재, 텍스타일, 복식사, 각종 악세서리, 패션 아이템에 대한 정교한 분류를 완성해낸다. 분류와 정교한 기술적 용어들을 읽어보고, 복기하는 것 만으로도 패션에 대한 글쓰기 작업과 그림을 그리는 일에도 큰 영감을 얻는다. 



사전만큼 둔탁한 어감을 가진 단어도 없다. 모든 세상의 언어들을 조율하고 모아놓은 저장고임에도 불구하고 사전이란 단어에는 묵직함의 이미지만이 존재하기 쉽다. 하지만 이번 패션 피디아는 그렇지 않다. 쉽게 소지하고 가지고 다닐 수 있으며, 회의석상에서도 필요할 때마다 바로바로 찾아볼 수 있다. 현업에 있을 때, 정교한 기존 용어대신, 자칭 현장에서 쓰인다는 말들을 마구잡이로 쓴 적이 있다. 내가 왠지 현장에서 오래 있었다는 느낌을 보여주려고, 그런 용어들을 써보는데, 실제로 다양한 경험을 통해 패션의 영감을 얻을 때는, 그저 시각으로만 보여서는 안되며, 언어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깨달았다. 



특히 에디터와 디자이너, 바이어들, 이외에도 패션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사전이란 결국 한 영역을 구성하는 해당 사회가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언어정보들의 총 연합체다. 사전은 사용자에게 영감 뿐만 아니라 자신이 활동하거나 일하고 있는 영역의 언어생활에 대한 견고한 규범을 제시한다. 



시각적인 언어로 풀어야 하는 패션의 경우, 간결하고 정교한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각 아이템의 실루엣과 모습을 잘 담아낸 터라, 용어에 대비해보면서 기존의 품목이 가진 선들을 비교해 보는 것도 멋진 경험이 될 것 같다. 마치 보르헤스가 도서관에서 길을 잃으며 창작의 세계에 들어가듯, 수많은 용어들의 반복 속에서 우리가 가야할 길을 찾아보게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