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인스퍼레이션

뮌헨의 BMW 박물관에서-자동차에 빠진 자, 이곳에 가라

패션 큐레이터 2016. 3. 11. 11:36




이번 여행의 테마는 '사물의 현상학'이었다. 항상 과거의 유물과 역사의상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과거의 관점을 넘어 현대의 사물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찾아간 곳은 두 군데의 자동차 박물관이다. BMW 박물관과 벤츠 박물관. 각자 유구한 자동차 제조업체의 역사를 자랑이라도 하듯, 자신들이 출시했던 자동차들과 엔진, 공학적 성취와 현대의 라이프스타일과 연결된 미래 자동차의 면모들을 꼼꼼하게 보여주었다. 오늘은 바이에른의 중심, 뮌헨이 있는 BMW 박물관을 소개한다. 사람들은 BMW의 약자가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Bayerische Motern Werke, 즉 ‘바이에른 자동사 회사’란 뜻이다. 



사진에서 보이듯, 4기통 실린더 모양을 띤 건물이 BMW 본사다. 오늘 소개하는 BMW 박물관은 실제로는 BMW 벨트, 영어로 하면 세계란 뜻이다. 이곳에는 소비자가 주문한 차가 출고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직접 가져갈 수 있도록 해놓았다. 2층에서 사진을 찍으며 보는데 참 부러웠다. 



BMW의 로고는 푸른색과 백색으로 되어 있다. 엠블렘의 백색은 독일의 알프스를 하늘색은 바이에른의 푸른 하늘을 나타낸다. 그만큼 제조현장과 그 도시를 중심으로 로고 디자인의 의미를 담았다고 봐야겠다. 지역에 대한 자부심 또한 한몫했다. BMW의 슬로건은 '드라이빙의 즐거움'이다. 이것이 이 회사가 자동차를 제작하는 철학이다. 자동차 외에도 바이크또한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어서 눈요기를 충분히 했다. 1층에는 다양한 M 시리즈 외에도 명차인 롤스 로이스가 전시되어 직접 시승해 볼 수도 있고 한켠엔 전기 차도 전시되어 있다. 



앙징맞은 차들, 그 배면에 놓인 트렁크가 눈길을 끈다



태생적으로 자동차는 이동과 속도, 이 두 개념이 변화시킬 수 있는 모든 삶의 자리를 바꾸었다. 여행길이어서 그랬는지 유독 트렁크가 눈에 들어왔던 건 그런 이유겠다. 



1층 내부의 카페.....



이것은 자동차 내부의 패션을 보여주는 다양한 가죽 시트와 헤드레스트를 장식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죽들을 전시해놓았다. 



미려한 색상은 자동차의 인테리어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섬세하게 컬러 스케일을 정하고 적용하는 손길이 명차 다운 면모를 보였다. 



롤스 로이스와 그 옆에 있는 커틀러리 시리즈. 사실 자동차보다도 이 커틀러리 시리즈가 더 눈에 들어왔다. 화려한 피크닉을 떠올려봤다. 



자동차의 금속성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커틀러리 세트다. 정말 탐이났다. 




Welt에 연결된 통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바로 박물관에 들어선다. 수백개의 영롱한 쇠구슬이 자동차 모양을 만들어낸다. 처음에는 미술작가의 설치작품인줄 알았다. 구슬이 하나하나 연대하여 연결되는 그 장엄함은, 불교에서 말하는 인디라의 구슬을 연상케 했다. 개인적으로 이 전시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동차라는 다소 차갑게 느껴지는 사물의 기술과 혁신의 역사를, 이렇게 설치예술작품 같은 영감을 통해 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동차 기술의 진화과정을 설명하는 목업. 벽면의 사진들도 실상 장식을 위한 모자이크가 아니라, 실제로 하나씩 의미론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스토리다. 




자동차 전시도 전시인만큼 큐레이션이 필요하다. 건축 자체의 동선과 의미, 기업이 전하려고 하는 브랜드의 철학과 스토리텔링을 그대로 포용할 수 있도록 구조화된 터라, 이런 곳에서 큐레이션을 하는 사람들은 참 축복을 받았다는 생각을 해봤다. 이것은 건물 따로, 큐레이션 따로 노는 그런 기획물이 아니다.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건축과 인테리어, 소비자들의 동선구조, 미래적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설치들 모두를 함께 놓고 사유한 결과일 것이다. 문제는 이곳보다 벤츠가 실제로는 더 끝내줬다는 것. 오늘의 이야기는 이쯤에서 정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