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다녀왔습니다. 전북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아카데미 강의가 있었는데요. 패션 스타일링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옷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 태도, 생각에 대한 다양한 실타래를 풀어봤습니다. 항상 그렇듯 패션에 대한 대중의 태도는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옷이라는 사물과 너무 친숙하게 지내다보니, 오히려 옷에 대한 다양한 인식 능력은 키우질 못했습니다. 몸에 대한 감수성도, 스타일링에 대한 개별적인 철학을 갖는 문제도 그렇지요. 그래도 요즘은 조금씩 사람들의 태도가 바뀌어 가는 것을 봅니다. 2016년 상반기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7월에도 제주 도립미술관과 김해 클레이아크 미술관을 비롯, 다양한 기업강의와 컨설팅으로 부산하게 보낼 것 같습니다. 원고 마무리도 박차를 가하고 있구요.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스타일, 그리고 그 스타일이란 것에 물질을 덧붙이는 스타일링이란 단어는 참 무섭고, 무겁고, 때로는 여전히 신비한 어떤 세계를 지향하는 것 같은 느낌에 빠집니다. 결국 인간이 다른 타자와 구분되는 본질은 차이, 바로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차이가 빚어내는 것이고, 그 차이는 결국 테크닉이 아닌 관점(vision)이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결국 스타일링은 어떤 옷을 조합하고 결합하는 Mix & Match 의 구체적 조언도 중요하지만, 옷을 입는 주체의 관점과 세계관을 열린 세계로 만들어가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강의를 핑계대고 전주에 내려가 비빔밥도 먹고, 잘 알고 지내는 화가 선생님의 스튜디오에도 들렀고, 한옥마을을 걸어다니는, 화려하지만 원형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한복을 입은 아이들의 모습도 눈에 담아왔습니다. 한옥마을의 미래에서 지금 인사동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저 뭐좀 뜬다하면, 남들이 했기에 나도 따라해야 속이 풀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봤습니다. 개성이라곤 눈꼽만치도 없는 기녀들의 한복이, 함부로 페티코트를 집어넣어 부풀려놓은 엉터리 한복을 입고 동일한 장소에서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그것이 작은 미션이라도 된 듯 좋아하는 아이들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을 해야 하는데, 잘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스타일이 곧 인간임을 천명하는 고집장이가 있어야 하고, 여기에 대한 생각의 논리를 사람들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강의장에 들어온 300여명의 청중 분들, 대부분 교사분들이 많았는데요. 그렇다보니 허심탄회하게 우리가 패션을 통해 아이들에게 무엇을 말해야 할지에 대해 조금은 고집스럽게 이야기 풀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함께 해주셨던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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