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발렌시아가 특강을 준비하며-우리시대의 마스터를 생각함

패션 큐레이터 2016. 3. 29. 14:30



매달 기업강의에 시달리긴 하지만, 그래도 패션기업을 상대로 패션강의를 할 때가 제일 즐겁다. 뭐라해도 패션에 대해 계속 즐겁게 풀어낼 수 있고, 가장 패션에 대해 깊게 무장해야 할 층에게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의 건축가라 불리는 마스터 중의 마스터, 샤넬은 그를 패션계의 거장을 넘어, 스승이란 표현으로 그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재단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사람이란 생각을 해본다. 그가 만든 옷들을 정교하게 렌즈를 들이대고 보고 있으면, 절로 감탄이 솟아오른다. 옷을 짓는 일을 집은 건축하는 일과 같다고 생각했던 사람답게, 그의 옷은 인간의 거주를 위한 공간이 되고, 집이 된다. 


안감과 바느질, 표면처리, 색과 비율에 대한 그의 선별적 능력은 놀랍기만 했다. 발렌시아가 직원들과 기획자들에게, 파리 의상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한 인물에 대한 깊이있는 인류학적 이야기를 풀어놓게 되어 얼마나기쁜지 모른다. 그만큼 철저한 강의 준비가 필요하다. 다른 강의보다 지금 발렌시아가 강의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 건 분명하다. 이렇게 한 명 한 명, 패션의 역사를, 그 페이지를 장식한 사람들을 공부하는 일은, 복식사를 통해 산업과 예술, 디자인, 철학을 연결하려는 내겐 가장 큰 산이자 도전이다. 물론 행복한 등정과정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