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런웨이를 읽는 시간

브리오니 2016 S/S-패션과 건축이 만나는 법

패션 큐레이터 2016. 2. 12. 16:21



이번 2016년 브리오니의 봄/여름 컬렉션을 보고 있다. 구조적인 명암과 선이 명쾌하다. 마치 집과 그 외부의 공간분석과 설계가 만들어내는 인위적 음양이 음표처럼 옷에 새겨져 있다. 이번 컬렉션은 20세기 초의 이탈리안 건축가인 카를로 스카르파의 건축미학에서 영향을 받았다. 베니스에서 태어나 평생을 베니스란 수상도시의 가옥과 작은 골목길, 기하학적인 계단과 너른 창문이 어루어지는 그곳에서 살았던 건축가는, 항상 이질적인 요소를 공간 안에 하나로 조화시키는 기막힌 감성을 보여주었다. 스카르파는 인문학자에 가까운 건축가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정신적 적자임을 자임하며, 건축에 역사와 지역특유의 미간, 창의에 대한 건축적 해석, 공예 장인들의 전통기술 모두를 녹여 건축과 유리공예, 가구 디자인에까지 녹여낸 가히 르네상스인이었다. 



빛과 어둠은 공간 속에서 하나의 패턴을 만든다. 이번 브리오니의 남성 수트에는 모직물 위에 서로 다른 빛의 조도와 값에 색을 입혀 표현한 듯한 느낌의 디자인들이 쏟아져나왔다. 인조 모피와 벨트를 부착한 슈트와 블루종도 함께 내서 지금껏 브랜드 고객층의 나이대를 한창 젊게 해보려고 노력하는 듯 하다. 좋은 시도이긴 하나 항상 기존의 브랜드가 인구연령상의 취향과 그 문법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이 쉽지 않기에 조금은 지켜봐야 할 듯 싶다. 



한국의 보자기를 연상시키는 무채색의 패턴들의 조합도 눈에 들어온다. 



집과 건축물들, 성당, 그 내부의 요소들을 공부하다보면, 단지 공간을 메우고 의미를 만드는 장소 이상의 뜻을 갖고 있다는 걸 배우게 된다. 각 요소의 배치와 빛과 배치가 결합된 양상은 마치 영화 속 미장센과 같이, 조화적 의미들을 만들어낸다. 



벨트처리를 한 수트, 눈에 띤다. 입고 싶은 디자인이다. 



최근 패션에 불어오는 건축적 상상력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듯 싶다. 두 영역의 파괴랄까. 서로 각자의 영역에서 디자인을 하기도 하고 그 외연이 점차 넓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집을 짓듯, 옷을 짓고, 그렇게 두 세계는 대지 위에 영구성을 꿈꾸는 지점으로서의 건축을 지향하며, 또 한 축에서는 한 시점에서의 찬연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노력이 만난다. 건축과 패션은 그렇게 두 세계를 주유하며 서로에게 속살을 연다. 멋지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