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지인인 작가님의 전시회장에 갔다. 예전 패션강의를 그 인연으로 이렇게 지금껏 작업하시는 모습과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작가님은 항상 보석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회화적 작업으로 풀어낸다. 보석이란 사물을 채택하고 보석을 현상학적 신체를 통해 느끼고 착용할 때의 기쁨을 꽃을 비롯한 자연을 통해 다시 드러내는 작업을 한다. 그의 작품에선 항상 카르티에 같은 세계적인 보석 회사들의 아이코닉한 작품 디자인이 모티브로 등장한다.
갤러리에서 만난 작가님......
<달콤한 꽃-약속 1>이란 작품이다. 작가의 기억은 여성적인 오브제들과 연결된다. 향수와 클러치 팬던트, 보석류의 액세서리들이 화폭에 담긴다. 빨간색은 화가의 청춘시절을 달군 뜨거운 마음일 것이며, 그 위의 반지는 사랑의 약속일 것이다. 자세히보니 여린 꽃잎 내부에는 두 마리의 무당벌레가 있다. 작가님의 두 아이들을 상징하신다고. 청년의 시절, 그가 가졌던 뜨거움은 여전할까? 지치지 않고 작업하는 분들에겐 항상 설명할 수 없는 뜨거움의 코드가 있다.
이것이 힘이고 그림생산의 배후이리라. 반지 위에서 피어나는 능수벚꽃의 꽃말은 '구속'이란다. 사랑을 만나 서로에게 행복한 자발적인 구속을 하고, 결실이 태어나는 그러한 기억의 방식은 회화의 전면을 통해 그대로 반영된다. 능수벚꽃은 능수버들처럼 휘늘어진 가지가 아름다와 붙여진 이름이다. 겹으로 피어나는 능수벚꽃은 사랑하는 타인에게 '묶여'있는 상태를 의미라도 하듯 반드시 겹술로 피어난다. 흐드러지게 핀 세상은 말 그대로 화양연화다.
작가님의 작품은 꽤 많은 문화상품으로도 만났었다. 우리집 부엌에 걸려있는 멋진 시계도 작가님의 작품이었고
다양하게 이미지화한 작품들이다.
나도 쓰고 있는 등이다. 사실은 첫 딸아이가 태어나고 수유등으로 많이 썼다. 지금도 아내와 나를 위해 침대 위에 놓여있는 등이다. 작가에게 사물은 사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가치를, 창작의 탄탄한 지대로 옮겨놓는 일종의 소통도구다. 18세기 계몽주의 작가들은 사물에게서 진리를 발견한다고 했다. 정신 못지않게 인간의 수공예적 노력이 배가된 사물에는 당대의 다양한 삶의 조건과 철학이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걸 주장한 사람이 바로 철학자 드니 디드로다. 사물을 깊이 공부하다보면, 많은 걸 배운다. 우리 주변의 사물과 내가 의외의 지점에서 연결되는 것도 배우게 되고. 이런 관점에서 또 다른 상상력의 세계도 펼쳐지리라.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와있는 나무를 모티브로, 화병의 표면을 디자인하고 그 위로 피어나는 배꽃들의 향연이 곱다. 배꽃의 꽃말은 온화한 사랑이라고. 사물은 그 자체로 사람들의 주변에서 함께 사용되고 특정 공간에 놓여지면서 그 자체로 의미를 생성해낸다. 배꽃의 따스함이, 노오란 희망의 캔버스 위헤 겨우내 탈색되고 허기진 대지에 떨어져 힘이라도 실어주려는 듯, 환하게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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