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일상의 황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남산 촛불 1978에서

패션 큐레이터 2015. 10. 4. 01:05



오늘 친한 동생의 생일을 맞아 남산의 촛불1978에서 생일 파티를 했습니다. 



아내와 딸 서아를 데리고 찾아간 곳. 1978년에 생겼다고 하더군요. 예전 90년도에 대학 다닐때, 선배들에게 이곳에 대해 들어봤었습니다. 프로포즈 하기로 좋은 곳으로 유명하더라구요. 이곳에서 꽤 많은 당시 연예인들의 프로포즈로 신문에도 종종 오르곤 했던 곳이었습니다. 



방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정경이 참 좋더라구요. 앞에 왠 단군동상과 태극기가 있어서 놀랐어요. 물어보니 단군동상 섬기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주말이 되면 아기 보느라 바빠서, 사실 요즘은 미술관이나 갤러리 마실은 꿈도 꾸질 못했습니다. 아이가 조금만 더 크면 미술관에 자주 가려고 해요. 좋은 전시를 통해 세계를 배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저랍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대학교 1학년때부터 대학에서 배운 것보다 실제로는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들을 분석하고 공부하고, 그 덕분에 미술의 전 영역에 대해 친숙하게 된 것이 삶에서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술의 전당 지하의 도서관에 들어가서 다양한 외국논문 읽다보니 영어 독해력도 정말 많이 늘었고요. 큐레이션이란 기본적으로 전시해야 할 대상, 혹은 사건에 대한 학예적 접근과 심도깊은 이해를 해야 합니다. 결국은 공부가 관건이지요. 



오랜 세월의 더깨랄까, 여전히 고풍스러움과 단아함이 함께 있는 곳이더군요. 최근에 리노베이션을 했답니다. 오늘 생일을 맞은 동생의 올캐 될 분이 이곳의 인테리어를 맡았다고 하더라구요. 



야외 테라스에서 보는 풍경이 좋습니다



발포 콘크리트로 만든 내벽에는 많은 그림들이 걸려 있어서 서아에게 그림에 대한 이야기들을 막 해주고 있었는데, 물론 알아듣진 못하겠지만, 서아는 의외로 똘똘하게, 저의 이야기를 잘 들어줍니다. 저의 착각일까요 표정이 조금 졸린 듯 해요. 



와인셀러와 고기를 드라이에이징하는 섹션도 가봤네요. 워낙 외출이 어렵다보니, 생일파티를 핑계로 바깥바람을 쐬니 좋더군요. 남산도로 드라이브 하다보니, 눈에 들어오는 괴테 인스티튜트도 그립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독일어를 한 탓에 대학에 가서도 잊지 않고 꾸준히 공부한답시고, 참 자주 드나들던 곳이었거든요. 집필하고 있는 책 왠만큼 끝내놓고, 다시 등록해서 어학과정 공부하고 싶더라구요. 백일을 넘은 서아가 이제 세상에 조금씩 친해지려고 외출을 종종 나갑니다. 뭐가 그리도 신기한지, 한없이 눈을 돌리며 구경을 하네요. 



제가 봐도 신기하고 한편으론 아기의 눈으로 보면 세상의 모든 것이 진귀하고 새롭고 날로 청신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천국에 가려면 아이의 눈을 가지라고 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닐거에요. 주어진 매일의 삶에서 지속적으로 참신함과 새로움을 찾아낼 수 있는 생의 태도를 가진 사람, 그는 얼마나 행복할까요. 아이의 눈빛에서, 아내의 눈빛에서 저는 항상 세상의 새로움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고맙지요. 요즘 아기는 예전 2시간 간격으로 젖을 먹다가 요즘은 한 5시간 정도로 늘었어요. 그래서 아이보기도 많이 수월해졌습니다. 내일은 장 봐온 해산물로 태국식 볶음밥이나 아내에게 만들어줘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