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일상의 황홀

해운대에서.....해송산책

패션 큐레이터 2014. 9. 5. 18:28



2박 3일간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SM7 노바의 출시를 위한 런칭쇼에 작은 강의도 하고 부사장님과

토크 콘서트에 참여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올 여름, 휴가를 내지 못해 

바다를 보지 못하나 했더니 이렇게 다른 행사를 통해 마음 속 작은 미련을 채우는군요.



호텔 9층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맑고 신납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았고요



호텔 뒤편으로 난 동백섬까지의 산책로를 걷습니다. 

저는 유독 걷는 행위를 좋아합니다. 산책을 하고나면 유독 

마음을 되짚고, 힘이 납니다. 걷기를 흔히 속보와 느리게 걷기 정도로

구분하시는데요. 사실 언어 속 걷기 행위와 관련된 단어들을 찾아보면 정교하게

그 방식과 종류를 나눠놓습니다. 서구의 언어를 봐도 걷기 행위를 구분해놓은 기준이란게

발 걸음의 가벼움과 무거움, 보폭을 옮기는 너비, 속도, 그 속에 마음을 풀어넣었는가의 여부에 따라 

다양한 단어가 등장합니다. 그만큼 걷기는 단순히 직립보행하는 인간의 속성을 넘어, 그 속성

을 자가발전시키며,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정신적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유년시절을 보낸 부산입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과 바다에 갈때면

항상 온 몸이 까매져라 바다를 등지고 놀았습니다. 산책길에 만나는 해송도

참 늠름합니다. 송화가루가 바다의 소금과 만나 이뤄낸 정신의 결정체들이 바다의 표면

위를 떠도는 것 같습니다. 세상의 모든 포말들이 송화와 소금의 자식인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인어상도 보이네요......



바위 위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는 사람들도 보이고......



등대도 보입니다......호텔에서 나와 3시간 정도 걸었습니다.



한 도시의 발달과정은 무엇보다 도시내부를 채우는 건축이 만들어내는

실루엣의 변화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 실루엣은 인간의 도시에 살고 있는

모든 것들의 욕망이겠죠. 해운대 달맞이 고개를 막아버린 고층건물이 눈에 걸리기도 하지만

또한 새롭게 생겨나는 스카이스크래퍼들과 그 라인은 서울에서도 보기 힘든 장관을 만들어냅니다. 



초가을의 바다 위에서, 윈드서핑을 즐기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군요. 사실 행사와 행사 사이

대기하는 시간이 어정쩡한 부분이 있어서, 행사장 밖을 마음껏

돌아다니진 못했어요. 캐나다에서 UBC의 대학원 과정을 다닐 때 학생들을

위한 요트강좌가 있었습니다. 금액이 너무 싸서, 저도 이 과정에 등록에서 기초기술을

익혔는데요. 유년시절부터 워낙 바다를 좋아했던 터라, 바다만 보고 있어도 마음 한켠이 풀립니다. 



일상의 장소가 조금 바뀌었는데도 눈에 담아내는 풍경의 

빛깔과 선이 달라집니다. 그 속에서 만나는 이들의 얼굴도 고와보이고.

손자에게 바다를 만나게 해주려는 할머니의 손길이 눈에 와닿네요. 이렇게 긴 

인디언 섬머가 가고, 가을이 되었건만 마음엔 여전히 영글지 못한 것들이 남아 있는지 

살펴봐야겠습니다. 이제 하루 지나면 추석이네요. 글을 쓰고 있는데 고속도로 정체 소식이 들립

니다. 내려가시는 길, 조심히 내려가세요. 행복한 추석 보내시고요. 저도 결혼 후 맞는 

첫 추석입니다. 삶에서 복기하고 싶은 순간들로 만들어내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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