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럭셔리의 역사-철학을 통해 읽는 시간

패션 큐레이터 2015. 10. 2. 23:09



단국대학교 패션산업디자인과 박사과정 학생들과 매주 금요일날 만나고 있습니다. 대학 강의는 사실 저로서는 처음이에요. 기업강의와 컨설팅, 방송을 통한 대중강연 이외에는 해오질 않아서였죠. 박사과정 학생들이라 다들 현업에서 일을 하고 다른 학생들을 가르치는 분들인데, 그래도 누가 되지 않으려고 더 많은 것 함께 나누려고 노력중입니다. 오늘은 18세기 경제사 공부를 좀 했네요. 당시 럭셔리 논쟁에 가담했던 계몽주의 철학자들의 글을 발췌해 읽고 생각들을 나눠봤습니다. 경제학사를 전공하신 분들이 써놓은 논문들이 많아서 읽고, 저 또한 18세기 연구와 관련된 학제간적 서양필자들의 논문들을 많이 읽었네요. 


공부는 하면 할수록 신나고 즐겁습니다. 지평이 넓어진다는 것을, 온 몸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이죠.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대학강의일텐데, 잘 마무리하고, 함께 하신 분들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는 말, 듣고 싶습니다. 사실 대중강연도 다르지 않습니다. 말이 일반 대중이죠. 살롱같이 운영되는 소수의 VIP 아카데미에 오시는 분들은 학력도 굉장히 높고, 그냥 실제로 교수이거나 기업의 임원이거나 하는 경우도 많아서, 항상 새롭게 공부해가고 매일 연마하고 있음을 보이지 않으면, 언제든 책이 잡히게 되어있어요.


대중강연을 하는 이들 중, 같은 내용을 울궈먹는 이들이 있어요. 대박도 아닌 중박을 터트린 사람들이 이런 자기모방의 덫에 잘 걸린답니다. 패션사 연구도 복식사를 넘어, 뮤지엄과 큐레이터십 연구, 각 시대별 학제간적 연구, 경제사, 미학사, 문명비평과 같은 인문학적 성취와 상상력의 끈과 연결되는 순간, 펼쳐지는 주장의 스펙트럼이 넓어집니다. 그래서 매일 공부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서양의 18세기를 연구하는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요. 지금 우리들의 모습이 태어나는 시기잖아요. 소비와 산업혁명, 소비자 혁명, 유통혁명에 이르는 광대한 문맥 위에서 당대의 소비자들의 열망의 구조를 읽어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읽다보면 현재의 우리와 다시 만나게 되요.


박사학위라는 것도 어떤 분야를 훤하게 알아서 받는게 아니고, 자신이 연구한 아주 미세한 영역의 한 부분에 대해 '인정'을 받는 것이죠. 그러니 학위에 관심이 없고 오로지 담론의 폭과 의미를 넓히고 싶은 제게는, 매일이 공부여야 합니다. 그것은 생존이기도 하고, 제 삶을 각인시키는 생의 습관이어야 하지요. 벌써 10월이네요. 10월의 어느 멋진날에, 사람들과 만나 나누는 시간, 행복으로 채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