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패션은 어떻게 민속을 만나는가

패션 큐레이터 2015. 8. 2. 22:41


패션은 어떻게 민속예술을 만나는가. 


패션은 예기치 않은 다양한 원천에서 영감을 얻어왔습니다. 영감이란 다양함 속에 은폐된 타자의 정신 같은 것이니까요. 예술형식, 삶과 자서전, 일기, 1인칭의 글들, 역사등의 수많은 목소리가 생각에 살을 입히는 매개가 됩니다. 미국 민속예술 박물관에서 열린 Folk Couture 전시는, 전시 방식은 부족한 점도 많지만, 포크 아트와 패션 작가들을 결합시킨 시도는 좋습니다. 그만큼 박물관이 제시할 수 있는 자체 컬렉션이 풍성하다는 증거이죠. 디자이너들과 함께 작업할 일련의 역량을 가져야 가능한 전시가 됩니다.


한국은 이 부분이 부족하지요. 미술계는 미술계대로 자존심을 내세우고, 자칭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 명함파고 다니는 패션계 인사들, 디자이너의 자존심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툭하면 남이 한 말, 멋진 언어표현과 패턴,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슬슬베껴 자기가 한 생각인양 팔아먹는 자들이 어디 한 둘이던가요. 이런 밑천 없는 인간들이 리서치 기반으로 노력하는 디자이너들을 오히려 비웃게 만드는 현행 시스템이 웃기는 거죠.  


앞에서 하는 말과 뒤에서 하는 말이 다른 자들, 자신의 이력과 경력을 포장하고, 과장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패션계에 많습니다. 그건 원로건 자칭 신진이건 가리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노력으로 함께 작업을 하고 현재보다 더 나은 인지도를 갖게 될 때, 오로지 다 자기의 노력과 영감이었다고 거짓말을 하는 자들이 부지기수에요.  이런 자들에게 당하지 않고 살아가려면, 저 스스로 사유하고, 몫을 철저하게 제 이름으로 묶는 노력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민속예술과 패션의 만남같은 프로젝트들을 운영하다보면, 장인들도 답답하지만, 자칭 재해석이란 말로 뭉뚱그리며 은근슬쩍 디자인의 이면에 있는 타인의 노력을 감추는 디자이너들이 너무 많습니다. 영감의 원천에 대해 감사하지 않는 버릇없는 인간들이죠. 우리에겐 여전히 갈아 엎어야할 묵정밭이 넓고 깊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