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의 국립현대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기획전시 <소란스러운, 뜨거운, 넘치는> 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광복 70년, 말 그대로 우리 안에 빛을 복원한 시간입니다.
광복은 역사적 사건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 시간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역사적으로 큰 사건은 항상 그 이후로의 삶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만큼 광복이란 근대사의 한 사건은 여전히 우리의 삶에서 진행형의 형태로 존재합니다.
전시를 보면 느끼는 것은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드러나는 특징들을 포착해서, 통어하려는 노력을 한다는 점입니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급격한 경제성장이라는 삼각의 굴레 속에서 우리들 각자가
만들어온 세상을 바라보는 눈, 국가와 가족, 나를 바라보는 정체성의 망이 형성되는 과정이 각자
첨예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했으며, 그래서 더욱 소란스럽고 뜨거웠던 과정에 대한 성찰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가 '시민과 함께하는' 이란 부제가 붙은 건
바로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단순히 기념 전시를 넘어, 전시장 속 다양한
작품들을 연대기적으로 구성을 따르기보다, 함께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장'이 되길 바랍니다.
신학철 선생님의 <한국근대사-종합> 편 앞에 서서
물끄러미 오랜동안 그림을 바라봤습니다.
이종구 선생님의 <대지-모내기, 여름, 가을, 겨울> 앞에서는
사람들이 연신 사진을 찍더군요.
최정화 선생님의 작품도 보였고요.
이외에도 스쳐 지나갈 수 없는 다양한 작품들이
알알이 미술관의 벽면을 채우고 있습니다. 요즘 한국의 현대사를
조금씩 찾아가며 공부해보는 시간도 갖고 있는데요. 그건 한국의 현대 복식사를
제대로 재구성해보고 싶은 제 의지 때문이었지요. 당장 모 신문사에서 복식에 대한 다큐를
만들자고 제안을 해도, 당시의 옷을 수급해서 정리하고 학예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쉬운게 많죠.
광복 70주년, 우리가 다시 빛을 찾기까지 우리의 삶은 여전히
진행형일수 밖에 없습니다. 시각이미지나 그림, 조각 모두 이 삶을 재현하는
조건이기에, 그 작품들의 의미와 구성도 시간에 따라 바뀌겠지요. 하지만 한 시대를 오롯하게
살아낸 이들의 목소리가 응고된 작품들을 보고 있자면, 지나간 세대와도 뭔가
이야기의 물꼬를 틀 수 있지 않을까요? 적어도 이번 전시의 과제 중
이 과제 또한 한 몫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전시는 가족들과 함께 꼭 가보세요.
그저 방학숙제용이 아닌, 부모와 조부모 세대, 손자/녀가
함께 가서 나누고 이야기하고 반추해볼 수 있는 전시가 되리라 믿습니다.
세대별로 너무나도 극명하게 갈리는 사회에 대한 시각,생각의 틀이 조금은 용해되고
서로에 대해 문을 여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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