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초의 수중 박물관
3년 간의 제작기간을 걸쳐 아틀란티코 뮤제오, 일명 바닷 속 박물관이 1월 10일 들어섰다. 영국의 조각가 제이슨 디클레어 테일러가 만든 12개의 대형 설치물과 사람 실물크기 300여개의 조각으로 구성된 거대한 박물관이다. 원래 이 작업은 수중에 설립할 식물원의 한 부분이라고 한다. 살아있는 수중 생물들이 실제로 서식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들어 사람과 환경이 어우러지는 장관을 만들려고 한다고.
처음 이 수중박물관 소식을 접하고선 나는 플라톤이 크리티아스에서 언급한 해저로 사라져버린 제국 아틀란티스를 생각했다. 플라톤이 이 아틀란티스를 거론한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고 전해진다. 크리티아스는 무엇보다 역사를 잃는 것,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한 대화록이다. 대화록 속 사제는 지금 우리의 세계는 여러 시기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종말을 맞았고, 비록 훌륭한 문명을 세웠다 하더라도 멸망했다는 것. 그 예로 든 것이 아틀란티스다.
환경 인식, 사회적 변화의 메세지를 담아내는 이 박물관은 내겐 사라져버린 인간의 도시, 아틀란티스를 떠오르게 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 무겁고, 차가운 메세지를 담은 작업들이 재현된다는 것은, 그만큼 지금 우리의 삶을 누르는 부당한 사회적 무게들이, 불공평이, 부당성이 존재한다는 뜻은 아닐까? 세월호의 아이들을 떠올리며, 수중에 이런 모뉴먼트를 세워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국사회는 세월호 사건 이후 너무나 많은 형질의 변화를 겪고 있다. 최순실과 박근혜를 비롯한 국정농단을 넘어, 자신들의 패륜적 정권욕과 그 집착을 유지하기 위해 기획된 다양한 사건들, 블랙 리스트들, 경찰과 검찰 내 최순실 일파가 심어놓은 또 다른 그릇된 욕망의 씨앗들을 매일 뉴스로 접하고 있다.
300명의 아이들이 수장되는 동안, 그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던 국가는, 이제 우리들에게 국가의 정당성과 그 체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고 이런 의문은 생의 처음, 촛불을 들고 거리를 나선 이들을 통해 조금씩 발화되고 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진상이 조금씩, 그 의혹의 껍질이 벗겨질 때마다, 국민인 아이들의 목숨을 저잣거리의 길바닥에 버려진 음식 쓰레기 보다도 못하게 생각한 이 정권의 초상이 있다. 우리에게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는 예술적 방식을 생각해보다, 문득 이 수중박물관을 위해 놓여진 거대한 수중 거울을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우리에게 여전히 반추하고, 비춰봐야 할 부정과 어둠, 욕망이 너무 많다는 걸.
모든 문명은 아틀란티스처럼, 몰락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인간의 손으로 지어진 인위의 세계인 이상. 나는 항상 질문해왔다. 과연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문명은 건강한걸까? 사회 내부에서 발생하는 사건들, 그 징후들은 이런 사회적 건강성에 대해 다시 한번 긴장을 하며,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려보라는 뜻으로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항상 시소게임을 한다. 삶 속에서. 그 시소게임이 즐겁기 위해서는 업 앤 다운, 올라갔다 내려갔다하는 행위는 삶의 즐거움을 주는 방향으로 물꼬를 터야 한다. 어느 누군가의 욕심이 과해서, 권력에 대한 욕망을 그저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지향하는 운동성만을 생각하게 될 경우, 어느 한쪽은 계속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가 되어야 한다. 두 발을 땅에 붙이고, 상대가 서로를 바라보며 부상할 수 있도록 도움닫기를 하지 않는한 이 게임은 일방적으로 재미가 없다.
세월호를 생각한다. 수장된 아이들을 생각하며, 언젠가는 한국사회에서 반드시 수중 박물관을 짓던, 그들을 기억하는 그 어떤 시각적 재현물을 만들던, 난 반드시 두 손을 들어 도움을 줄 것이다. 저 심연의 아틀란티스에, 기억의 화석으로 남은 아이들의 얼굴을 우리 사회는 기억해야 한다. 인간의 문명이 건강성을 갖기 위해서는, 지나온 누적된 과거의 기억을, 역사를 바르게 기억하고 고치려는 지속적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너무 쉽게 잊고, 용서했으며, 포용이란 미명하에, 우리 스스로를 단죄하고 껍질을 도려낼 항구적인 칼을 벼리지 못했다. 이제는 더이 상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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