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그림강의-커튼 뒤의 꼭두각시

패션 큐레이터 2016. 10. 30. 03:35



존 싱어 사전트

<꼭두각시인형-커튼 뒤에서> 1903년, 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꼭두각시여서 행복해요

연일 정국이 시끄럽다. 박근혜 대통령을 꼭두각시 인형처럼 좌지우지한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가 온 나라를 화약고로 만들었다. 하나같이 대통령에게 하야를 외치고 있고, 보수와 진보 언론이 대동단결하여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가의 정당성을 무너뜨리고, 통치체계의 허상을 보여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하야와 퇴출을 외치는 지금. 대통령에게 탈출구는 없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소개하고 싶은 한 장의 그림이 있다. 영국의 화가 존 싱어 사전트가 그린 <꼭두각시 인형-커튼 뒤에서>란 작품이다. 그는 19세기 유럽과 대륙에서 이미 초상화가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미국 미술사를 통털어 그만큼 인기를 누린 작가도 없다. 하지만 그는 성공의 정점에서 사회적 풍속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아쉬움이 컸다.


사전트는 미국 내부 전역을 여행하며 다양한 풍속을 그렸다. 작가에게 여행은 창조적인 영감을 주는 원천이었다. 캔버스 위에 자신이 포착하고 응고시킨 미국사회의 문화적 비전은 이후로 그의 그림을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그는 여행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그림을 그렸고, 이 과정에서 결코 초상화에 대한 요구를 받지 않았다. 1903년 1월부터 사전트는 런던에서 미국으로 4달 동안 여행을 떠난다. 보스턴과 워싱턴 뉴욕 등에 기착했다. 5월에 필라델피아에 도착한 화가는 작품 <꼭두각시인형>을 그렸다. 필라델피아는 많은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이 사는 본거지였고 이민자들은 새로운 나라에 자신의 민속전통을 가지고 왔다. 그 중에서는 시칠리아 섬의 꼭두각시 인형극도 있었다.



이 막장 드라마의 배후는 무엇인가

이 작품은 꼭두각시 인형극의 뒷 배경을 묘사한다. 실제론 연극의 배후를 그린 것이다. 그가 왜 인형극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필라델피아의 한 슬럼가에서 이 인형극을 발견하고, 푹 빠졌다고 한다. 그는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에서 부터, 찰리 채플린의 코미디 연기까지, 상급 문화와 하급문화 양쪽에 모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상류사회의 초상화를 그리던 작가는 때로는 상류층과 어울리는 것이 불편했다고. 이후 노동자 계층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관찰하고 그들로부터 얻은 놀라운 영감들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의 꼭두각시 그림 속 드라마틱한 힘과 붓터치는 사전트의 작업 대부분에 스며들어있다. 그림은 끈에 꼭두각시를 매달아 조종하는 오퍼레이터들을 그린다. 숨막히는 열기가 공간에 가득한 탓에 한 남자는 아예 셔츠를 벗고 있다.



맨날 바라만 보는 너에게

시칠리아의 꼭두각시 조종꾼들은 로맨틱하면서도 피가 낭자한 극을 선호했다. 결투하는 두 명의 기사와 이를 바라보는 검은 색 옷을 입은 미친여자. 이들이 등장인물들이다.  극적인 사선앵글을 반복해서 사용하여 장면 하나하나에 내재된 긴장을 잘 보여준다. 최순실 게이트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사회의 모든 부패와 국가의 정당성을 허물어뜨릴 각종 비리, 무엇보다 사교집단의 꼭두각시로, 국가 재원 및 모든 서비스를 한 개인이 자신의 입맛대로 다루었다는 점에 대해 국민들은 경악하고 있다. 사전트의 그림 속 싸우는 두 기사처럼, 국민과 청와대가 싸우는 형국이고, 옷 입는 것 이외에는 관심조차 없는 미친여자 박근혜 대통령은 이 장면을 멀리서 보고 있다. 감정이입 따위는 필요없다는 듯.


한 나라의 통치권자가, 비선실세들에게 꼭두각시처럼 조종을 당해왔다는 점도 놀랍거니와, 정작 조종을 한 자들의 면면이 호스트바와 안마소까지, 하급문화의 층위를 아우른다. 화가는 영감을 위해 여행을 떠났다지만, 대통령은 국내에서 자신의 통치의 한계가 발견될 때마다 여행길에 나섰다. 마리오네트라 불리는 저 꼭두각시는, 인간 내면의 가장 강력한 죄성을 반영한다. 자신이 신처럼, 누군가를 만들고, 그를 자신의 의지 속에 철저하게 굴복시키려는 인간의 욕망. 그것이 저 꼭두각시를 만들어냈다. 대통령은 툭하면 이 나라가 아버지의 나라라는 정신착란에 빠져 살았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사교집단의 조종에 빠져 살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제 그녀와 작별해야 한다. 헤어짐을 짓는 일.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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