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환 <사람풍경 Father Tree> 비단에 채색, 91x 72.7cm, 2014
저는 풍속화를 좋아합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우리가
인상주의 회화에 끌리는 가장 강력한 이유는 당대를 살아가는
면모를 가장 정확하게 묘사했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극장과 오페라
쇼핑과 야외생활, 패션에 이르기까지 말이에요. 사진 사이트를 가봐도 사실 지나치게
무거운 작품보다, 그저 일상의 소소한 풍경들을 담는 사진이 더 인기입니다.
물론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의 사진에서겠지만요. 일상이란 건 어찌보면
그래서 매력있고 무서운 거 같습니다. 진부한듯 우리를 끌어내는
강한 힘이 있으니 말이에요. 그래서 좋아요 저는.
서기환 <사람풍경-퍼펫쇼> 비단에 채색, 2014
서기환의 그림을 보며 우리시대의 가족을 둘러싼 풍속화를
떠올립니다. 요즘은 워낙 아이를 하나 밖에 키우지 않다보니, 가정에선
아이들이 가장 강력한 군주이자 여왕입니다. 아이들의 말이라면 언제나 꼭둑각시
인형이 되는 이 땅의 부모님들, <슈퍼맨이 돌아왔다>같은 프로를 저 또한 매일 빠지지 않고
보며 양육이 뭔지, 조금씩 그려보고 맛보고 있으니 저 또한 그림처럼 될지도 모르겠네요.
서기환 <사람풍경-여왕님의 생일> 장지에 채색, 2012
그림 속 여왕님은 다름아닌 따님. 최근 몇 개의 돌 단치에 다녀왔습니다.
행사구성이며 아이들을 위한 파티를 여는 수준이 제가 자라던 시절과는 상대가 안되요.
돌잡이 물건들이 다 변한 것도 그런 세태의 반영이겠지요? 서기환의 그림 속에는 사실 무겁게 읽어볼
우리시대의 가족에 대한 생각과 담론이 담겨있지만, 블로그에서까지 그런 의미들을 나열해 볼
생각은 없습니다. 가족은 어찌보면 가장 친근하면서도 잔혹한 타자이니까요.
그러나 그들로 인해 아빠인 저는 제 삶의 유한성과 한계들을 배우고
그 속에서 아이들을 지키는 작은 기둥이 되려 꿈꿀 것입니다.
서기환 <사람풍경-정글라이프> 비단에 채색, 2014
결혼한 지에 3달째 되어갑니다. 달콤한 신혼살이의 나날 속에서
아이에 대한 꿈을 꾸는 것도 당연하겠지요. 자녀의 양육을 둘러싼 방식들은
사실 정답이 없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건 유럽 내에서도 북유럽과 서유럽, 남부유럽이
판연하게 다릅니다. 결국 사람을 키우고 살리는 일이 기후와 풍토에서 잉태된 생의 태도들과 조금은
맞물려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지요. 저는 어떤 스타일의 아빠가 될까요? 이탈리안 스타일의 아빠 혹은
독일식의 조금은 훈육적이고 원칙적인, 프랑스 스타일 아빠는 또 어떨까요? 사실 이런 식의 분류도
결코 일반화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닐 것입니다. 개별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죠.
그래서 더 어려운 일이라고 믿습니다. 그래도 항상 생각합니다. 아이가 생긴다면...
왜 아이를 낳는 일을 Delivery라는 영어동사를 쓸까 하고요. 하늘에서
배달된 선물이란 뜻이 아닐까 싶은데요. 저는 그렇게 믿을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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