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중국패션의 힘-뉴욕의 거울을 비추다

패션 큐레이터 2015. 7. 10. 00:10



패션 전시에 대한 글을 오랜만에 써봅니다. 2008년부터 한국에서 패션 전시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왔고 많은 기업이 패션과 전시란 플랫폼을 묶어 브랜딩의 전략으로 삼아 시도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점은 여전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스토리텔링과 제시방식, 역사에 대한 이해도 더욱 깊어지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현재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China-Through the Looking Glass 전은 인상적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중국의 오트 쿠튀르 디자이너인 구오 페이(Guo Pei)의 작업은 유독 눈길을 끕니다. 불경이란 동양적 텍스트를 소재로 삼아 풀어낸 드레스는 황홀하기까지 합니다. 특히 옷의 구조적 해석에 이르기까지 연꽃 형태로 만들어냄으로써 중국적 모티브의 상상력 풍부한 적용이란 극찬을 이끌어냈습니다. 사실 중국패션에 대한 전시들은 꽤 많았습니다. China Chic 전이 오래전에 열려서 동양과 서양의 접점에 있는 패션에 대한 연구를 보여주었고 이번에는 전통과 현재를 연결하는 고리로서, 중국적 상징에 대한 깊은 연구를 옷을 통해 보여준 점이 인상적입니다. 



한 나라의 복식이, 민속복식의 특징과 미학을 넘어 글로벌화된 패션의 언어로 편입될 수 있으려면, 이런 전시들이 더욱 전략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전시겠지요. 한국 패션 디자이너들도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물론 이것은 그만큼 한국적 패션의 언어가, 글로벌화의 언어에 적합한지, 문화적 형성력과 파급력을 고려해서 현지의 사람들도 평가를 하고 기획을 하겠지요. 맨날 한류타령 해가며 국가 예산 들여 뮤지엄에서 전시해줘봐야 그저 자기 자신의 영광정도로 치부하는 이들이 있는 한, 우리의 복식으로 역사와 미학을 연결하는 전시는 어렵습니다. 많은 이들의 협력이 필요한 전시입니다. 



아시아 복식이라는 관점에서 한중일 패션을 되짚어봐야 할 때도 되었습니다. 우리 안의 폐쇄회로 속에 갖혀서 한국의 전통복식이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듯 정신승리하는 태도도 좀 고쳐야지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볼때마다 부럽습니다. 지난번 알렉산더 맥퀸 전시를 한국에 유치하려고 참 긴 시간을 그들과 이야기도 나누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문화적 패권을 둘러싼 헤게모니는 사실 국가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최근 중국이 독일의 드레스덴에서 유치한 전시를 보니 놀랍더군요. 전통과 현대를 균형잡힌 시선으로 풀어,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그들이 무섭고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