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큐레이터의 서재

하위문화를 읽는다는 것-데이터의 점을 연결하는 순간

패션 큐레이터 2015. 6. 27. 23:03



매달 큐레이터의 서재에는 패션과 관련된 원서들이 입고됩니다. 이번 달 입고된 책들은 주로 19세기 중후반, 프랑스에 불어닥친 자포니즘을 비롯한 소비혁명에 관한 책들이 많습니다. 복식사 관련 서재로는 모니카 스클러의 펑크 스타일 Punk Style 이 들어왔습니다. 올 2015년 가을/겨울 테마 중 펑크와 보호 스타일이 눈에 보이는데요. 펑크를 단순하게 근대사의 등장했다가 사라진 패션의 경향 정도로 축소하지 않고, 현대 안에서 언제든 변용되고 새롭게 조립될 수 있는 스타일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펑크의 역사에서 부터 기능적, 미학적인 구성요소, 진화과정을 철저하게 추적하는 저자의 끈덕진 면모가 마음에 듭니다. 



2015년 가을/겨울 패션 브랜드 시블링(Sibling)이 발표한 컬렉션에는 펑크의 재해석이 담겨 있습니다. 남자 2명 여자 한명이 모여, 의기투합한 이 브랜드를 참 좋아합니다. 니트에 아주 뛰어난 디자이너들이죠. 특히 디자이너 3인 중 한 명인 시드 브라이언은 알렉산더 맥퀸에도 자신의 니트작품을 제공할만큼 실력이 좋았습니다. 



이 디자이너 그룹은 옷에 어떤 즐거움의 요소, 웃음을 반드시 삽입하는 것으로 자신이 설정한 브랜드의 성격을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키치와 팝, 펑크 등 다양한 주류문화의 언저리에서 핵심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듯, 그들의 패션언어는 전복적입니다. 올 가을/겨울 테마의 일환으로 펑크를 끌고 온 건 1960년대의 전반적인 회귀와 재해석이라는 큰 흐름과 맞물려 있겠지요. 



펑크도 결국은 하위문화였지만, 그 구성요소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주류에 편입되면서 독특했던 요소들이 옷에 하나씩 이전에 없던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 같습니다. 하위문화를 읽는 것은 패션사가에게 중요한 숙제이지만, 물론 트랜트 분석가들에게도 중요한 문제지요. 디자인의 발상과 관련해서 드는 생각은, 역사가가 한 시대를 풍미한 정신을 읽어가는 입장과는 다소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해석하되, 시대의 시각적 단서들을 '바로 지금'의 입장으로 풀어내야 하니까요. 빅 데이터의 시대라고 하지만, 되돌아보면 1990년대 제가 첫 회사를 다니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그 때도 일본 기업이 만든 빅데이터의 원형들은 지금껏 유지되고 있습니다. 패션은 특히 단순 판매 데이터를 넘어 각 데이터의 행간을 읽고, 해석하는 일이 필요하더라구요. 하나의 런웨이가 그저 누군가에겐 15분짜리 짧은 패션쇼로 끝나겠지만, 조명이 끝난 후 저에겐 본격적인 숙제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