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국립제주박물관 특강-역사를 만든 혁신의 아이콘

패션 큐레이터 2015. 5. 30. 00:58



금요일 오후 제주도에 내려갔습니다. 국립제주박물관의 인문학 아카데미 1학기 마지막 강의를

위해서였지요. 주제는 <역사를 만든 혁신의 아이콘>입니다. 이 큰 주제하에 장으를 넘어 문화의 상징이 된

아리랑과 한국인의 입맛을 바꾼 고추,문명의 발전과 기술의 축을 설명하는 '바퀴' 조선시대의 활자와 책, 인상주의의 

빛과 색채의 혁명을 넘어, 마지막으로 제가 샤넬을 통해 시대의 패션을 혁신한 역사적 내용들을 살폈습니다. 



대강당에 모인 200여명의 제주도민 여러분들과,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혁신에 대한 생각을 '한 벌의 옷'을 렌즈 삼아 나누고 왔스니다. 강의 전 박물관의 이애령 실장님과

즐거운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박물관에서 전문적인 패션전을 하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리게 될까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었지요. 가야시대의 갑옷을 보여주시며 패션의 영감도 나누어 주셨습니다. 

강의 후 시간이 많지 않아서, 공항 근처 가까운 용두암에 들러 사진 몇 컷.



2시간 강의를 쉬지 않고 했더니 배가 고파, 간단하게 전복을 듬뿍 담은 해물탕으로

허기를 건지고, 이호태우 해변쪽으로 걸었습니다. 빨강색과 하얀색, 두 마리의 말 모양을 한

등대가 있는 곳인데, 어떻게 된 것이 밤에만 가봤기에 한번쯤 가봐야지 했지요. 



이상하리만큼 저는 바다가 좋습니다. 

바다의 표면 위로 옷을 입은 두 마리의 등대를 봅니다. 



해는 뉘엿뉘엿 시간의 사금파리들을 날리며 

햇살의 배면으로 숨어갈 때쯤



해를 등지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에 카메라를 가져다대고요



소나무 울창한 숲 아래서 정갈하고 따스한 해변의 풍경을 바라봅니다. 



요즘은 어떻게된게 딸과 함께 있는 아빠의 모습이 그리도 자주 눈에 비춰지는지



모래 깊숙히 몸을 덮은 동생을 바라보는 누나의 시선이 눈에 들어올 때쯤



오렌지 빛깔의 노을이 다시 푸른 바다의 표면 위를 자수뜨듯 촘촘히

고운 입자로 채워갑니다. 작은 해변가, 뛰어노는 아이들, 파도소리, 정말 작지만 

어느 것 하나 뺄 수 없는 바다풍경의 본질이 아닐까 싶었네요. 결국 혁신이란 건 그저 시대에의

저항이나 변화를 위한 싸움이 아니라, 내 안에서 군더더기를 걸러내고, 지속적으로 본질의 옷을 입히는 

일일 듯 합니다. 오늘 국립제주박물관 강의는 참 좋았습니다. 강의를 하다보면 뭔가 시원하게 소통이 되고 있구나

하는 감을 잡을 때가 빨리 옵니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어요. 뭔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했구나 하는 

그런 기쁨이,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시간 내내 감돌았습니다. 함께 해주신 

제주 도민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더 열심히 강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