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댄디 오늘을 살다>를 내놓고 해를 넘어 3쇄를 찍습니다. 날로 열악해지는 출판시장과 분산되는 독자층, 시장의 역동적인 변화 앞에서도 작은 메세지에 귀 기울여 주신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이 책을 통해 패션에 대한 심도깊은 에세이를 쓰고 싶었던 제 열망의 조각들을 맞춰볼 수 있었습니다. 올 한해는 패션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을 녹여내 패션의 사회사와 또 한 권의 에세이를 마무리 할 생각입니다. <샤넬 미술관에 가다>도 개정판을 통해 더욱 새롭게 증보된 내용으로 여러분을 뵐 것입니다.
여전히 패션에 대한 글을 쓴다고 하면, 연예인의 옷차림 따라잡기, 혹은 다가오는 시즌에 발맞춘 패션스타일링 시크릿 같은 제목의 글과 사유가 전부인줄 아는 사회입니다그만큼 우리사회가 패션을 사회현상의 좌표로서 읽어내지도, 혹은 읽어낼 역량이 없었다는 뜻도 되지요. 패션이란 현상이 얼마나 일상이라는 미시적 현실과 사회의 변화와 안정이라는 거시적 현실을 연계하는지, 그 속에서 어떤 움직임을 만들어내는지, 그런 움직임 속에서 인간은 또 어떻게 변화해가는지 관심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이런 틀을 깨보려고 썼던 에세이입니다. 꼭 패션과 미술의 결합이라는 단순하게 도식화된 설명을 넘어, 패션의 다양한 얼굴들을, 그 민낯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매일 매일 옷을 입는 인간에게 과연 옷이란 사물은 어떤 의미고, 이것이 만들어내는 '울림' 자체에 관심이 컸습니다. 그렇게 패션과 미술을 결합한 전시도 기획해왔고, 전시 중 하나는 매우 성공적인 결과도 가져왔지요. 저는 댄디란 매우 선별적인 취향과 고집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고집은 타인에게 언제든 소통될 수 있는 고집이란 점에서 한 개인의 고유한 정체성이 되지요. 이 책에서 단순히 패션이란 현상을 피상적으로 보기보다, 우리 사회 내부에서 떠오르는 직장, 노동, 키덜트, 몸의 훈련, 성형, 스타일링 등 다양한 요소들을 풀어내려고 했던 건 그런 이유입니다.
패션은 항상 자기애Self Love를 창조해가는 기술입니다. 옷을 입은 인간들이, 옷과 함께 웃는 것을 볼 때 얼마나 기쁜가요? 제 책 <댄디, 오늘을 살다>에서 저는 이런 환한 마음들을 나누고 싶었고, 그 나눔의 시간이 연장되도록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할까, 한 장의 그림을 통해 말해봤습니다. 여러분에게 좋은 결과로 다가가서 기쁜 마음입니다. 제 책 사랑해주신 독자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더 좋은 책, 앞으로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패션이란 게 그저, 한 계절 입고 치워버리는 사물의 총체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입장과 태도이자, 그것을 껴안으려는 따스한 의지임을 지속적으로 통어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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