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큐레이터의 서재

패션과 댄스-춤을 추는 순간이 곧 패션이다

패션 큐레이터 2014. 7. 23. 17:53

 


 

패션 큐레이터의 서재를 꽤 오랜만에 씁니다. 매달 수십 권의 책을 구매하고 자료화하면서도 모든 책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올리는게 만만치 않은 작업입니다. 더 화나는 건, 전문가집단이며 패션을 심층깊게 공부하려는 이들에게 자발적으로 도움이 되려고 쓰는 것인데, 요약본만 요구하는 분들도 계셨고요.

 

그래서 조금 지쳐있긴 했습니다. 좋은 패션 관련 이론서나 책들을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복식의 역사에서 춤과 옷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고딕에서 르네상스까지, 그 이후 바로크와 로코코를 지나며 형성된 발레와 궁정의 무용 양식들, 현대에 와서도 많은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국가의 민속춤이나 발레 양식에서 영향을 받아 디자인을 하곤 했지요.

 

크리스토벌 발렌시아가는 플라멩코 춤에 영향을 받았고, 이브 생 로랑은 러시아 발레가 가진 동양풍의 느낌을 사랑해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컬렉션에 모티브를 집어넣었습니다. 최근엔 디자이너 릭 오웬스는 아프로 아메리카의 춤꾼들의 사위, 저항적인 몸짓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죠.

 

머스 커닝햄과 꼼데 가르송의 만남

 

드레스와 장식은 춤의 역동적인 동작이나 언어를 빚어내는데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종종 무용가 그 자체의 몸과 개성이 응축된 룩에 영향을 받고 또 주었죠. 낭만주의 발레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튀튀치마와 포인트슈즈는 드가의 그림 속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했고, 당시 디자이너들은 각종 춤 관련 품목을 패션과 연결시켜 생산했지요. 후에 크리스티앙 디오르와 구두 디자이너 루부탱까지 발레리나의 동작은 패션과 몸을 연결해 표현하는 매개가 됩니다.

 

이후로도 패션 디자이너들은 점점 더 자주 안무가들과 협업을 하고, 자신의 이상을 춤과 결합해 표현해왔습니다. 새로운 형식의 춤은 새로운 형식의 댄스 코스튬을 요구하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현대무용으로 오면서 기존의 견고하고 고집스런 의상과 의미들을 벗어던지고, 춤과 동작을 통해 현대의 이상과 문제점, 사회적 병리를 표현하려는 안무가들의 의지가 곁들여지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더욱 세졌습니다. 꼼 데 가르송은 현대무용가인 머스 커닝행을 위해 범프(bump)드레스를 만들었고, 이탈리아의 디자이너 발렌티노는 뉴욕시티발레단을 위해 '쿠튀르의 춤'이란 테마를 발표하기도 하죠.

 

이외에도 존 갈리아노, 장 폴 고티에, 할스턴, 바바라 카린카, 아이작 미스라히, 로다테, 지방시의 리카드로 티시, 아이리스 판 헤르펜등, 수없이 열거해야 하는 디자이너들의 이름과 춤의 만남은 화려하고 고혹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