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웨딩 드레스의 현상학-옷은 중요하지 않다

패션 큐레이터 2014. 10. 29. 19:56



내년 3월까지, 영국의 빅토리아 앤 앨버트에서 열리는 세계의 

웨딩 드레스전 자료들을 받았습니다. 책에 일부 사용하기 위해서 허락을 

구하면서 포스팅도 함께 하기 위해서이지요. 올 5월 결혼을 한 저에게는 사실 웨딩을

고르고 피팅을 하고, 아내와 함께 그 과정들을 지켜보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인생에서 한번 입는다는 그 옷의 역사에 대해서도 잘 알지만 결국

웨딩 드레스는 화양연화의 시간을 건너는 인간의 아름다움

을 찬연하게 기록하는 문서입니다. 기억의 사물이죠.



한국에서도 비슷한 전시를 해보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한복으로만 구성하면 어렵습니다. 활옷에 대해 아무리 

이론적으로 폭넓게 다룬다고 해도 결국은 박물관의 전시는 시각적인

자료를 풍성하게 수집되어야 하고, 이것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어야 하니까요. 



19세기의 티아라를 볼 때마다, 아내가 입었던 웨딩드레스도

떠올려보고, 몇번의 피팅을 하면서도 그 모습을 담는 제 눈이 얼마나

감격스러웠나요. 사랑의 기억을 담는 다는 것이 그렇습니다. 



중세시절부터, 서구의 웨딩 드레스를 한번씩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동/서양을 통털어 존재하는 옷의 양식, 바로 결혼식이란 사건을 위한

옷으로서의 웨딩에 대한 생각들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셀프 웨딩이 유행이라지요. 젊은 세대들, 적어도 경제적 

문제로 결혼을 뒤로 미루는 이들이 많은 지금, 자칭 결혼 플래너를 

중심으로 한, 혼수시장과 혼인시장에서 웨딩이 차지하는 자리는 적지 않습니다.

지난번 팟캐스트에서도 지적했지만, 한국은 유독 백화점에 웨딩 드레스 섹션이 없습니다.

참 이상해요. 웨딩 드레스만큼 유행이란 환영의 문법을 많이 타지 않는 옷도 없으

련만 자칭 새로운 컬렉션이란 이름으로, 수입되는 웨딩드레스의 가격은 

천정부지입니다. 한번 입어보는데도 피팅비를 내야하지요. 



케이트 모스의 웨딩 드레스를 보면서 참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결혼은 언제부터인가 일종의 산업을 형성하고, 경제적 부가급부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각 개별 경제주체들의 마케팅 노력에 힘입어

거대한 산업의 자리에 올라섰습니다만, 이 과정에서 교환비용이 너무 커졌습니다.

사진 촬영도 본식과 스튜디오 촬영, 개별 과정마다 돈이 들어가는데, 사실 살펴보면 하지 

않아도 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지요. 사실 저 같아도 본식의 경우, 우리 커플을

가장 잘 알고, 우리의 표정을 가장 잘 읽어줄 수 있는 사람에게 맡겼어야

하지 않나 합니다. 전문가라고 해도, 우리의 포인트를 알긴 어렵죠.



결혼이 삶의 새로운 전주를 위한 축제가 되지 못하고 

돈을 축재하는 수단이 되고, 돈을 과시하는 수단이 되면서 

우리는 그 내면의 정신을 하나씩 잃기 시작합니다. 웨딩 드레스 

시장의 지나친 경쟁과 웨딩샵들의 난립은 바로 그런 이해관계 속에서 

태어나게 되죠. 우리가 스스로 만든 문법의 체계입니다. 

-


이래저래 말은 많습니다만, 결혼 후 한번도 제가 매어있다거나

혹은 결혼으로 인해 잃어가는 것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러고보니 아내를 위해 유서를 썼던 가수 신해철씨가 생각나는 군요. 저도 다르지

않습니다. 다음 세상에 태어나도 지금 아내의 친구, 남자친구, 동생, 아빠여도 좋을 듯 합니다.

웨딩이 아무리 아름다운들, 인간과 인간의 자율적 연대와 열정의 깊이를 따라하기란

어렵지요. 그렇게 두 사람의 섞이며 만들어내는 사회적 축제여야 합니다.

한국에서도 웨딩전이 한번 열릴 듯 해요. 사실 4년전 프랑스로 

부터 이 전시제안을 받고 지금껐 기다리고 있거든요. 

10월의 마지막 수요일입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