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마인드브릿지 인문학 콘서트 후기-다시 한번 통섭을 묻다

패션 큐레이터 2014. 10. 29. 01:46



어제 저녁 7시, 서둘러 혜화동으로 나섰습니다.

출판사 휴머니스트와 패션기업 베이직하우스의 마인드브릿지 

브랜드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인문학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지요. 

2005년 처음 한국사회에 통섭이란 기념비적 코드를 불러일으킨 <대담>이란 책의 

두 저자인 도정일 교수와 자연과학자인 최재천 교수님의 대담이 이뤄졌습니다. 저는 이 책을

초판으로 사서 읽었었지요. 사실 그렇게까지 인상깊진 않았습니다. 내용적인 측면으론요

하지만 되집어보면, 대학내 여전히 학문적 분파주의가 강력했던 그때, 상호간의 

대화를 통해 '인간의 이해'를 비롯해 사회 현안에 대한 토론을 하시던 

그 모습에 반했지요. 책 제목인 <대담>은 그 이후로 제겐 

지식의 경계를 월담하고자 했던 제겐 힘이었습니다.



정말 많은 학생들이 와주었습니다. 외에도 교사분들도 

많이 왔다고 하죠. 3천명이 신청을 했다는데, 베이직하우스에 

수년째 강의를 했었던 이유로,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참 감사한 마음입니다.



사회는 다윈의 식탁을 쓰셨던 장대익 교수님이  맡으셨고

전체 사회는 휴머니스트의 대표님이 하셨네요. 



짧은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고 있지만, 사실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죠. 이번 기사들을 보니

인문학은 현실에선 철저하게 배제된 존재로 남았고, 앞길이 막막한 어두운 터널 같은 삶이

졸업자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기업 몇 군데에서 인문학도를 뽑는다고 하지만 

전시성 발언에 그치고 있고, 역사학 문제 몇 개 낸다고 해서 인문학적 감수성

을 가진 인재를 뽑는다는 발상을 하는 기업도 여전히 있지요. 



이런 와중에, 사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합, 함께 연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오신 분들의 작은 생각들이, 그래도 씨앗을 

만들고 조금씩 퍼지는 걸 확인하긴 합니다. 그 속도가 느릴 뿐이지요. 하지만

되집어보면 세상의 모든 생각의 속도는, 현실의 세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우리가 철학자들의 번쩍이는 사유를 즐긴다고 하지만, 되집어보면, 당대 현실의 세계를 

그들만의 생각이 세계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적도 태반이고, 그들의 담론은

항상 말로만 그쳤던 경우가 많았죠. 그래도 그들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그만큼 혁신이란, 변화란 더디오는 것이고, 그 작은 떨림의 

변화를 위해 누군가는 지근거리의 씨앗을 뿌려야죠.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사회는, 적어도 문과와 이과가 통합되는 

이 시점에서, 여전히 두 영역간의 분파주의를 허물고 상호간의 깊은 대화와

방법론의 교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일 겁니다.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두 영역이 함께 손을 잡고 풀어야 할 문제란 것이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최재천 교수님의 말씀이

와 닿았는데요. '생물학이란 영역을 연구하면서 진리의 존재가 무엇인지를 물어야 하는데, 이 진리란 것이

학문의 경계를 존중해 줄 것인가? 언젠가는 각각의 경계가 만나야 하는게 아닐까? 우리가 편이상 

쪼개어 놓은 걸 연구해보면 이 보다 원시적인 것이 어디에 있나' 하는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최근 정부가 발표한 문과이과 통합에 대해서는 반드시 이과를 중심으로 하는 통합

이어야 하는 관점을 관철하시더군요. 어느 정도 타당한 것이, 통합을 위해 

이과의 과목들을 줄이는 건, 미래지향적인 관점은 아닌듯 합니다.



3부 순서가 끝나고 해금주자분과 재즈 기타리스트의 연주가 이어졌습니다.



통섭에 대한 인기가 뜨거웠던 적이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사회는 어떤 화두가 등장하면 그게 막 과열했다가 급속도로 식는

아주 나쁜 버릇이 있어요. 사회적 관행인지 우리들의 정신의 습속인지 모르겠으나

사실 인문학 교수들 상당수가 해외의 이론을 수입해서 퍼뜨리기 바빴고, 주체적인 소화를 해내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죠. 생각의 관점들이 유연하지 못했던 세대를 살았던 저로서는 

그래서 예전의 <대담>이란 책을 발견하고선 책 제목을 반대로 읽어야겠다

라는 생각까지 했죠. <담대>라고요. 정말 담대해야 했습니다. 

이 나라의 학문적 파벌과 분파주의를 넘기 위해선요. 



생각해보면 이 <대담>이란 책을 내주신 두 교수님이 계셔서 

그래도 오늘날, 우리 사회에 통섭의 바람이 불고 여전히 기업과 아카데미

에서 조금씩 이업종교류의 바람이 불듯, 인문과 자연과학의 결합을 통해, 상호간의 

그늘진 모습, 밝은 모습, 우리들의 실체를 보도록 노력을 기울이기를 

바래봅니다. 어찌보면 그게 가장 우리의 또 다른 그러나 같은

모습을 확인하고 관찰하는 좋은 방법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