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퀴>가 다룬 멋진 기사를 하나 읽었습니다.
체면과 과시에 관한 글이었지요. 우리가 소형차를 타지 않는 이유가 안정성이나
승차감이 아닌 '체면이 서지 않기 때문'이란 통계자료도 보았습니다. 하루 이틀 나오는
내용이 아닌지라, 사실 그닥 새롭지도 않은 내용입니다. 독일의 언론 재벌의 사주가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내용도 나오고, 네덜란드 사람들의 50퍼센트가 임대주택에 살고 있다는 내용도 읽어봅니다.
우리안의 과시본능, 무엇보다도 체면에 살고 죽는 한국인들의 멘탈리티가 참 의아하기도 합니다.
누구는 과거부터 그래왔고, 우리의 민족성인양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 와중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자전거로 발표된 내용을 찾아봤습니다.
24K 순금으로 만든 자전거더군요. 600개의 블랙 다이아몬드와 500개의 금빛 사파이어
여기에 초컬릿 브라운 색상의 악어가죽으로 만든 안장, 여기에 금으로 표면을 씌운 바이커용 물병까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소형차와 자전거, 무엇보다 자전거를 교통의 대안으로 삶의 대안까지는 아니어도
소박하고 건강한 삶의 지표로 쓰고 싶은 분들에겐, 사실 이런 기사는 약간 초를 치는 내용이기도 하죠.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내가 잘나가' 라는 티를 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으니 그렇지요.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식의 체면과 과시가, 신호효과를 가져온다는 건 분명합니다.
더 중요한 건 신호효과를 너무 남발하면, 그것또한 마멸되는 것이란 것도요.
블랙 다이아먼드를 이용해 만든 로고가 이것이군요.
솔직히 그렇게까지 인상적이지는 않네요.
인간의 삶에 드러나는 이러한 과시적인 소비효과에 대해서 처음으로 언급
했던 경제학자가 토스타인 베블렌이란 사람입니다. 그는 <유한계급론>에서 사회의
부를 가진 계층들이 서로의 차별화를 넘어, 계급투쟁의 일환을 넘어 유독 비합리적 소비가
자꾸 일어나는 상황을 목도하고 여기에 대한 설명을 하려고 노력을 하죠. 사실 소비가 가진 과시효과
에 대해서 썼던 이론가들은 이 사람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건 소비라는 행위 자체가
우리 사회 내부의 집단 안에서 만들어내는 한 기능에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죠.
조직 안에 있되, 그 속의 사람들 사이에 울타리를 쳐서 나누고 배제하고
그 속에 있는 나를 보호하는 기능까지, 이런 소비의 민낯을 본거죠.
이 세상 어떤 소비든, 그것을 유용하게 써서 내게 쾌락을 가져오는 것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지 싶네요. 패션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종종 과거의
복식들이 외국의 저명한 경매장에 나오는 걸 봅니다. 아주 비싼 가격에 사가기도 하고
입찰 경쟁이 붙곤 합니다. 저야 그런 오브제들이 서양의 복식사를 구성하는 요소로소 수집하는
행위의 일환이 되는 거지만, 사실 현재시점에서 이런 비싼 물건들을 사는 것, 그 자체로는 별 의미가 없죠
그걸 나누어쓰고, 함께쓰고, 소비되는 물건에 의미를 덧붙여가는 삶, 그것이 멋진거죠. 저런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
그 자체를 뭐라할 생각도 없고 수요가 있으니 나오는 거겠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구와 타는지, 어디를 함께
가는 지, 그들이 사이클링을 하면서 오가는 대화의 내용과 촘촘하게 시간의 입자를 매우는 대화의
행복함에 대해, 뭐 이런 것들에 대해 여전히 점수를 더 높이주는게 '인간의 본질' 입니다.
소비는 자기과시나 체면치레가 아닌 체험이라는 최상의 가치 아래, 복종해야
하는 이유죠. 아직도 우리는 이 가치를 제대로 모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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