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러버덕,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노랑색 희망

패션 큐레이터 2014. 10. 28. 17:24



일요일날, 아내와 함께 석촌호수에 다녀왔습니다. 

많은 분들로 북적이는 저 러버덕을 보고 왔네요. 늦은 감이

있지만 어찌되었든 오전 한 나절을 아주 즐겁게, 산책도 하며 노란색

러버덕 앞에서 사진도 찍고, 아내도 많이 유쾌해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러버덕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면서 

공공미술(Public Art)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텔레비젼을 보다보면,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건물 파사드 앞, 미술품들이 실제로는 대중들의 어떤 눈길도 

끌지 못한 채, 오히려 흉칙하다는 의견을 끌어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삭막한

도시 내부를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요. 여러가지 

의견들이 서로 맞부딪치고 있습니다. 그만큼 공공(Public)이란 말이 들어가는 

순간부터, 사실 공공성의 의미와 범위, 그들의 모두의 기호에 맞는 

작품을 만들고 올리기란 쉽지 않은 문제일 것입니다. 



우연하게 시작된 러버덕 프로젝트가, 언제부터인가

아시아 국가들을 돌면서, 유쾌함과 한 순간의 즐거운 웃음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 시작도 너무 우연으로 시작되었던 것이고요.

제가 노란색을 좋아해서 그런지, 환한 오리 모습을 보니 그냥 기분이 즐겁더라구요.

이런 작품을 보면서, 무슨 작품성이나 담론을 말하자고 하는 건 아닐테지요. 예전 오세훈 시장

재임시절, 그가 했던 도시 디자인 정책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포스팅을 여러번 했습니다. 

스트리트 퍼니처, 즉 도시 내부의 의자며 쉼터, 보도판, 표지석 등 다양한

정보교환의 일차적 수단이 되어야 하는 디자인 인덱스가 하나같이

편협하게 자리잡는 것을 보고 화가 많이 났었습니다. 



미술은 그저 도시 내부를 환하게 하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 목적이라면, 사실 그 목적을 더 충실하게 채워줄 수 있는 요소들

영역들은 더 많을 수도 있지요. 디자인이란 것도 결국은 우리  안의 틀에 박힌

사고 유형을 부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고, 그렇다는 점에서, 모든 걸 디자인 타령하거나

한편으론 모든 걸 시민운동의 관점에서 보는 것도 반대합니다. 다들 노선을 갖고 

뭔가를 자꾸 보려고 하니, 누군가를 가르치려고만 하지, 정작 그걸 보고

느끼고 웃고 하루의 무게를 덜어내려는 사람들의 목소린 

사라졌어요. 그것이 작금의 우리들의 문제이지요.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 정책은 서울 곳곳을 지나칠 정도로 

포화도가 넘치는 물감으로 떡칠을 해놓은 느낌이 강합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가 복원해야할 것들과, 우리가 느끼고 즐겨야 할 것들을 다시 정비하려면 결국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의 태도부터 조사하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산책길에 나서니 좋더라구요. 

정말 많은 이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참 신기해요 물론 16미터의 거구의 몸집이긴 하지만 

저 오브제 하나가 도시에 가져다주는 작지 않은 활력이 말입니다.



사실 공공미술의 담론과 그 결과물들을 보면 지나칠 정도로

진지하고 정치적 사유를 담는 것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노선을 좋아

하지 않습니다. 정치노선이나 상업주의의 한 일환을 뻔뻔스레 드러내고 그것이 

대중을 교화하는 한 방식인양, 자신들은 그것을 통해 사회내부의 공감을 끌어내고 뭔가를

기억하자고 하지만, 사실 자세히보면 예술가 자체의 욕망이 포함된 경우도 많지요.

그래서 러버덕이 좋았나 봅니다. '오리에게는 국경도 경계도, 정치도 없다'

란 작가 플로렌틴 호프만의 말처럼 말입니다. 참 많은 말입니다.



패션이나 미술이나, 자꾸 자신들의 내부 속으로 난 길을 걸으며 

누군가에게 '목소리'를 과도하게 내려는 시도가 저는 요즘 들어 별롭니다.

차라리 러버덕처럼 정치도 경계도, 담론도, 없이 그저 둥둥 떠 있으면서도 해류의

위치를 표징해주는 인덱스가 되듯, 어느 한 사회의 인덱스가 된다는 것은 

이렇게 많은 이들을 웃게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듯 해요.

10월의 어느 멋진 날, 러버덕이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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