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경기도 아람누리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안종연 선생님께서 이번 미술관의 <색, 미술관에 놀러오다>
에 출품을 하셨는데요. 이 작품들도 보고 이와 더불어 개념미술의 주요한 저술을 남긴
평론가 토니 갓프리를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토니 갓프리씨가 안종연 선생님의 작업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시면서 깊은 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의중을 보여주셨다고 하더라구요.
미술과 디자인, 패션, 그 어디든 색은 중요합니다. 세상에 나가자마자
온 만물은 색의 옷을 입으니까요. 세상의 모든 것이 자신만의 고유색이 있음을
모르는 이는 없습니다. 특별히 배우지 않아도 저절로 이해하고 인지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죠. 색은 사회를 대변하고 표현하는 기능을 합니다. 색을 통해 우리는 한 사회의 구성요소들을
파악하게 되기도 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매우 기초적이지만, 포괄적인 함의를 끌어낼 수
있는 전시를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큐레이터 김유미씨가 기획을 했던데요.
안종연 선생님은 바로 광원, 빛의 원천을 그 소재로 삼습니다.
빛은 생명이며 무한히 확장되는 특성을 갖고 있죠. 무질서의 세계에
바로 질서라는 강력한 법을 부여한 것도 빛의 탄생에서 부터 시작하니까요.
제가 안종연 선생님의 작업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매우 영성적인 세계를 다룬다는
느낌을 자주 받기 때문이지요. 하얀 유리 구슬 안에 LED를 넣은 작품은 그저
영롱하게 비추인다는 느낌을 넘어, 우리 안에서 포기하지 않는
희망의 근거, 빛의 자리를 마음속에 새겨냅니다.
이날 토니 갓프리를 만나게 해주신 미술 칼럼니스트 이은화 선생님도
함께 해주셨는데요. 선생님 작품을 소개하시는 듯 합니다. 토니 갓프리가 쓴
<Conceptual Art 개념미술>은 이 분야에서 일종의 교과서적인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한길사에서도 이 책이 번역되어 나왔는데요. 저는 원서로 읽으면서 개념미술에 대한 일반적인
개괄을 물론이고 틀을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책을 갖고 나왔더라면
싸인이라도 받았을텐데, 한국의 현대미술 작가들에 관심이 많으셔서 이번
안종연 선생님도 미팅을 하게 된더라고 하시더군요. 이때다 싶어
제가 쓴 <댄디, 오늘을 살다>도 드렸습니다. 제 책에는
한국 현대미술작가들이 대거 소개되어 있으니까요.
이외에도 다른 작품들도 함께 쭉 돌아보았습니다.
색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담아내는 작품들이 눈에 들어오지요.
쉬운 듯 하면서도 참 어려운 주제입니다. 이 색은요. 예전 괴테의 색채론을
지금껏 제대로 독파하고 있는 지 제 자신에게 물어보면서, 빛과 색에 대한 이론들은
안빠지고 읽고 생각하며 패션과 디자인이란 영역에 적용하려 노력하고 있지요.
이것은 빛이 표면에서 반사해내는 보석의 단면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코튼으로 만든 창조된 산들의 형상을 눈에 담습니다.
우리는 색의 언어를 통해 새롭게 자연의 실루엣을 그려내지요.
우리 각자의 고유색이 타인의 빛과 만나야 하는 이유입니다.
요즘 결혼식 준비로 경황이 없었지만 그래도 선생님 작품은
보고 싶어서 자유로를 쓩쓩달려 찾아간 미술관입니다. 만남은 즐겁습니다.
싱가폴에 가면 한번 제대로 뵙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습니다. 한 세대의 징후를 읽는
미술을 작품을 통해, 그것들의 힘의 양상을 읽어내며 키워드를 추출하고 방향성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평론가의 몫입니다. 저는 이런 분들이 정말 부러워요. 패션 분야에서 저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요. 힘을 내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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