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북경여행에서 인상 깊었던 곳은 바로 칠보공예품을 파는 공장을
견학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공장 옆에는 관광객들이 주로 오는 식당이 있고 그
식당과 연계해서 제품을 파는 곳이긴 했습니다. 저도 자유관광하면서 처음엔 속은 느낌이
들었는데요. 하지만 비록 저가의 칠보공예품을 만든다 해도, 그 과정을 보는 즐거움을 좋았습니다.
칠보(Cloisonne)란 금과 은, 구리 바탕에 유리질 유약이나 그 혼합물을 발라
구워서 여러 무늬를 나타내는 세공을 말합니다. 보석 대용품으로 등장한 칠보는 이후
독특한 자신만의 미감을 토해내며, 예술적 경지에 이르게 되는데요. 장신구 외에도 갑옷과 성배
등 서양에서도 이 기술을 그대로 발전시켰습니다. 오늘 사진에서 보시는 칠보는 기법상으로 유선칠보라
합니다. 유선칠보란 말 그대로 선이 있는 것인데요. 가는 금속선을 디자인의 외곽선을 따라서 바탕금속 위에 붙이고
그 외곽선 안쪽을 유약으로 채워 소성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식은 다음 표면을 연마해 광을 내죠.
완성된 칠보 작품들을 한 번 보세요
한국에선 신라시대 부터 이 칠보공예 작품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데요
그건 아마도 신라가 중국시대의 당나라와 연결되는 시기이기 때문일 겁니다. 칠보 공예
의 본격적인 발전이 이때 이뤄졌고 이것이 우리에게 건너왔기 때문이지요.
신라 칠보는 파란색을 많이 써서 파란이라고 불렀다고 하지요.
채색을 위한 다양한 매염제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칠보란 한자 뜻을 풀면 7가지의 보물이란 뜻입니다.
예로부터 7이라는 숫자는 완전한 숫자로 모든 것을 갖춘 경우를
의미했지요. 아마도 칠보가 금속과 유약, 불이 합쳐져 만드는 예술품이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차가운 금속에 살을 입히고 이를 구워낸다는 것 자체가
이질적인 소재성이 결합되어 표현되는 아름다운 세계를 뜻하기 때문이죠.
물론 사진 속 공정들은 그래도 정교해 보입니다만, 안타깝게도 제품의 퀄리티는
그렇게 뛰어나진 않았습니다. 공장형 제품인데다, 관광객들을 상대하지 그렇겠지요 그러나
한가지 배울 점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점차 외국 관광객들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방식이 실제 체험과
연결된다는 점이겠죠. 제가 혼자서 사진찍고 있을 때 독일에서 온 관광팀들이 열심히 가이드의 설명을 듣더라구요
우리도 가회동의 한옥마을을 가보면, 다양한 한국의 공예 장인들의 시연을
볼 수 있고 참여도 해볼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문제는 이런 경우를 외국인들이 잘
모른다는 것이고 그러니 항상 교육을 받는 이들의 얼굴이 똑같은 경우도 생긴다는 것이죠
체험이란 건 요식행위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내가 알고 싶고 깊게 이해하길 원하는 대상에 대해
우리가 보내는 일종의 격려이고 속깊은 체험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관광산업
도 더욱 깊이와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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