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을 위한 색채기획 교과서
작년부터 번역에 매진한 <패션 색채 예측>이 나왔습니다. 원제는 Color Forecasting for Fashion 입니다. 패션산업에서 색채예측 및 기획이 가진 의미와 방법론을 다룬 책입니다. 지난번에도 지적했듯, 대부분 이 땅에 나와있는 컬러관련 책들은 하나같이 색의 문화사나 혹은 컬러기획의 일환으로 색채를 다룹니다. 광학적인 설명 조금, 문화사 곁들인 설명 조금, 그렇게 짜깁기해서 만든 책들이 꽤 많습니다. 물론 색채와 관련하여 파스투로가 저술한 <색채의 역사>나 <세계를 물들인 색>같은 책들은 참 좋습니다. 색의 문화사와 광학의 발견이 어떻게 색채에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하게 집어내고 있죠.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책들은 문화사나 광학수준에서의 색채에 머무는 경우입니다. 패션의 경우, 컬러는 실제 디자인과 상품기획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매년 자칭 패션관련 트랜드를 소개하고 컨설팅하는 기업들이 어떤 방법론에 의거해서 이런 논리를 만드는지를 설명해주는 책은 없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번역하게 된 이유입니다. 트랜드 예측이 중요하다고 맨날 말은 떠들어대지만 정작 트랜드 예측을 어떤 논리로 만들어내는지 설명하는 책은 드물었습니다.
그들의 밥줄이기도 하겠지만 사실 너무나 주관적인 것들이 많았고, 실제로 외국의 유수 트랜드 예측회사들이 하는 방법론을 따라하기엔 한국의 기업들이 너무 소규모인 탓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럴수록 기업내부의 인텔리전스 기능이 좀 더 보강되길 기대하고 있고, 그런 이들을 위해 공부할 수 있는 책을 내놓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이런 목적에 부합하는 책입니다.
한국에서도 넬리로디 같은 회사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한국의 패션계가, 패션산업의 벡터가 이 정도의 깊이를 가진 기업을 만들어낼 내공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되집어보면 항상 안일하게 우리 스스로 누군가가 집어다준 정보를 소화하는 것으로 길을 걸어갔기 때문이지요. 패션하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마다 정작 자신들의 업무에서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책들이 없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것과 궤적을 같이 합니다.
고민은 하지만, 자신이 그 고민을 풀어가는 주체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올해 스키아파렐리 자서전을 마무리 하고 한동안 단행본 집필에 신경을 쓸 생각입니다. 패션을 사유한다는 것과 글을 쓰는 문제, 이것이 비판자의 입장에 머물지 않고 생산적인 결과를 내고, 새로운 출구를 만들어가는 데 이바지해야 겠지요. 저는 그런 일을 하는 한국에서 최초의 패션 큐레이터입니다. 지금껏 잘해왔고, 후회없이 달려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럴거에요.
패션관련 책 번역이 쉽지 않습니다. 수요가 없다보니, 번역을 한다해도 판매량이 많지 않아요. 대학교 출판국들이 살아있어야 하는데, 한국에선 이것도 어렵죠. 조금씩 설득해가며 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패션 실무에서 정말 필요한 내용들, 법과 회계, 상품기획과 구매에 이르기까지 양질의 책들 골라서 꼭 번역하겠습니다.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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