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해를 등지고 놀다

홍콩에 간 쇼퍼홀릭-장 폴 에벵에서 먹는 초컬릿

패션 큐레이터 2013. 7. 20. 07:00


패션 바이어 시절부터, 홍콩이란 도시와는 친숙함이 더 뭍어나는 곳인데도

오랜만에 가니 또 재미있고 신이 납니다. 50퍼센트 세일을 찾아 다양한 쇼핑몰과 

아울렛을 다니고, 무엇보다 홍콩의 로컬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을 찾아 그들의

옷을 보는 것도 즐겁지요. 이번엔 명품관인 레인 크로포드 Lane Crawford 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알렉산더 맥퀸의 재킷을 너무 사고 싶었죠. 



한국남성들은 아르마니를 너무 좋아합니다. 핏(fit)이 가장 적절하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사실 지나칠 정도의 애정이 보이지요. 



예전 패션을 공부하러 홍콩을 다닌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요. 사실 홍콩 달라 자체가 상승하면서 세일폭을 고려해도 그리 큰 

장점이 되지 않는 시점도 되었고, 실제로 세일을 시작했을 때, 대부분 몸에 맞는 사이즈는

다 빠져 있어서 디자인과 가격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제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로서는 남성복보다 여성복을 좋아하니, 여전히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브랜드

들을 보면서 컬렉션 내용들을 복기하는 재미로 돌아다녔습니다. 



최근 패션강의할 때, 이탈리아의 쿠튀리에, 발렌티노를 자주 인용하는데요

저는 그의 레드 라인을 좋아합니다. 요즘은 많은 변화가 있는 듯 하지만 그래도 

매장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그들의 시그너처인 레드 의상을 걸어놓았더라구요. 눈이 

호강을 합니다. 좋은 옷은 그 자체로 인간의 시각문화에 영향을 미칩니다. 



베르사체 매장에 가서도 한동안을 헤매었습니다. 

정작 레인 크로포드 타령을 해놓고, 거기선 사진도 안찍고

실제로 찍진 못하죠. 알렉산더 맥퀸 재킷 사이즈 찾아서 피팅 하느라

애먹은 기억만 남아있습니다. 100만원에 나왔는데 국내에서 도저히 볼 수 없는

디자인이라 너무 사고 싶었어요. 가격이 좋으면 뭐하나요. 핏이 도저히 저와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제 사이즈는 대부분 나간 상태이니, 브랜드가 좋다고 맞지 않는 

옷을 입을 수는 없는거죠. 핏이 틀리면 수선을 해도 안되거든요. 



쇼핑몰 벽면을 장식하는 저 지퍼장식들이 흥미롭습니다. 

지갑을 열라는 뜻일까요?



H&M의 또 다른 라인 COS에서 한창 할인행사를 하길래 또 뭐 건질건 없나 

하고 들어가서 살펴봅니다. 마음에 드는게 있긴 한데, 색채감이 제 피부톤과 맞지 

않는 것만 남아있어요. 구색이 다 빠진거죠. 아쉬웠습니다. COS란 라인의 옷들을 유심히

살펴봤는데 H&M에서 국내의 또 다른 차기라인으로 도입해주었음 하는 마음입니다. 

COS는 기존 라인과 더불어 친환경을 비롯한 철학을 담고 있기도 하고요. 



쇼핑하다 지쳐서 호텔 안 카페로 이동, 티 세트를 신청해서 와구와구 먹습니다. 

페닌슐라 호텔의 티 세트가 유명하다곤 하는데, 쇼핑 와중에 거기까지 이동하기도 귀찮이즘

이 발동하여, 그냥 동일해 보이는 티세트를 시켰습니다. 역시 단게 들어가니 힘이 나요.



케익과 샌드위치로도 양이 안찼는지 하이엔트 초컬릿 

장 폴 에벵 매장에 들러 수제 초컬릿 시리즈를 사서 예쁘게 담아 먹습니다.



함께 간 지인도 자신도 좋아하는 브랜드라며 선물로 사고 먹고.....

티세트를 바로 먹은 후라 포만감도 있을 텐데요. 파트너들과 저는 개의치 않고

잘 먹기만 합니다. 요즘은 쇼핑을 하면서 점점 나이들어가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예전에는

정말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여서, 쇼핑을 하려고 해도 항상 사전에 준비를 하고 조사를

하고 가격대와 디자인, 구색을 다 살펴본 후에 하나씩 꼼꼼하게 사는 걸 

좋아했는데요. 요즘은 약간 도락을 위한 시간이 되는 거 같습니다.



초컬릿 가격이 정말 만만치 않습니다. 물론 한국에 들어와있는 

벨기에산 브랜드 초컬릿도 한 마음먹고 10개 정도 먹으면 눈물 콧물 짜게 되죠.



먹은 것으로도 모자라 옆에 있는 마카롱 시리즈를 사서 호텔로 담아옵니다. 



계산할 때의 이 신산함이란.......그래도 달콤함으로 배를 채우는 시간은 여전히 

행복합니다. 원 이러다 행복한 돼지 소리를 듣는 건 아닌지. 이렇게 스위트를 입에 넣고 

다시 한번 쇼핑을 향해 고고씽! 그렇게 다니면서 뭘 엄청나게 건진건 아니고요.

대신 큰 마음먹고 폴 스미스 재킷과 셔츠를 하나 샀습니다. 다 해서 60만원.



가을에 방송할 기회가 있는데요. 이때 입으려고 합니다. 함께간 지인들이

그러는거에요. 제가 언제부터 너무 아방가르드한 핏의 옷만 입고 다니니까, 지금 

사회생활하는 거랑 좀 안맞지 않느냐고요. 제가 너무 블랙을 고수하다보니 언제부터인가

옷장엔 항상 검정색 옷만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올 가을에는 청신한 블루톤을 비롯해 다양한 색을

좀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번짐 효과가 나는 표면이 좋죠? 힘이 납니다. 

올 가을에는 좀 더 새끈한 댄디처럼 옷을 입어야 할까봅니다. 여러분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