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 드가 <모자를 쓰다> 캔버스에 유채, 1884, 개인소장
KBS의 문화예술프로그램 <문화책갈피>에 사물의 재발견이란 프로그램이 들어가게 되나 봅니다. 사물의 재발견이란 말 그대로 예술 속 사물의 다양한 면모를 현대와 연결해 읽어가는 시간일 것입니다. 첫 대상으로 '모자'라는 대상을 골랐습니다. <샤넬, 미술관에 가다>를 쓰면서 모자에 대한 꽤 긴 글 한꼭지를 썼습니다. 그만큼 모자는 매혹의 대상이었습니다. 모디스트, 오늘날의 모자 디자이너를 아내로 두었던 화가 인상주의 화가 드가는 모자가게에 들어와, 모자를 구매하기 위해 이런 저런 모습으로 모자를 써보는 여인들의 친밀한 시간에 매혹되었던것 같습니다. 화가는 모자에 유독 매혹을 느꼈습니다. 찰라적인 인상들을 포착해보고자 하는 그의 의지는 모자를 소재로 수십장의 그림을 그리도록 했지요. 마치 광고에서 Slice of Life 단면광고처럼, 소비하는 여성들의 이미지를 아스라하게 다양한 각도에서 포착했던 것입니다. 저 이외에도 루이엘에서 설립한 모자 박물관 모습도 나오고, 천 관장님께서 직접 인터뷰도 하시나봅니다. 스크립트를 봤거든요. 저도 했고요.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유독 없는 한국입니다. 적어도 공영방송이라면, 이란 잣대를 들이대기 민망할 정도로 예술과 문화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거나, 혹은 주제로 하는 토론 프로 하나 없는 한국입니다. 이건 정권의 차이도 아닐 것입니다. 좌가 하던 우가 하던, 항상 이 나라는 드라마가 우선이었고, 다큐도 겨우 명맥을 잇는 정도였지요. 하긴 외국도 별 차이는 없어 보이긴 합니다. 갖은 사생활 드러내기를 소재로 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삶의 활력소라도 된다는 듯, 타인들의 삶을 함부로 엿보고 안주삼아 이야기 하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우리이기도 합니다. 모자는 적어도 1920년대까지만 해도, 다양한 사회적 정보를 담고 있는 그릇이었습니다. 결혼의 유무와 정치적 관행에 대한 입장, 부의 정도, 계급적 차이를 드러내는 변별적 지표였지요. 우리사회는 모자를 쓰고 있지 않을 뿐, 다양한 무형의 모자를 여전히 쓰고 있습니다. 이번 문화책갈피. 기대됩니다.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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