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문화예술프로그램 <문화책갈피> 요즘은 언제부터인가 책갈피란 표현보단 인터넷에서 반복해서 가봐야 할 곳을 저장할 때, 북마크란 단어를 쓰는게 인기를 끄는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의 인터넷 사이트도 북마크로 표시되어 있다. 클래식 음악을 쉽게 풀어 멋지게 해설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씨, 이분의 파워 클래식은 꽤 여러번 가봤다. 대중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보기 좋고, 그 덕에 클래식 음악계도 좋은 도슨트를 갖게 된 것이지 싶다. 김창완 아저씨랑 이선영 아나운서가 함께 프로를 이끈다. 시사는 물론이고, 언제부터인가 자본의 논리에 눌려서 문화예술프로그램들이 하나씩 사라져간 이땅의 방송계에, 목마른 시청자들을 위한 좋은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좋겠다. 예전 명작스캔들을 지휘하던 송영민 피디가 맡아서 하고 있다. 좋은 내용들을 많이 채워주길 바람한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캔버스에 유채, 1665년 오늘 글을 올린 건, 다른 이유가 아니라, 문화책갈피에서 동서양의 미인도를 비교하는 내용이 나온다고 한다. 이것 때문에 인터뷰를 했는데, 인터뷰 내용은 아무리 길게 잡아도 방송 상 내용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을 듯 하여 아쉬운 마음에 못다한 이야기들을 일부 첨언하기 위해서다. 페르미에르가 그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북방의 모나리자라는 애칭을 얻을 만큼, 인기가 높은 그의 작품이다. 왠만한 대중 미술서에는 그의 그림이 다 걸려있다. 이번 인터뷰에는 터키풍의 터번과 의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서 였다. 페르미에르의 그림은 흔히 네덜란드에서 Tronie라 불리는 미인도의 계보를 잇는다. 711년 아프리카 북서부 지역에 있는 무어인들이 스페인을 점령하면서 퍼져나간 이슬람 문화는 유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터번을 비롯한 동방의 옷차림이 일정부분 유행의 지분을 얻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터번은 이때부터 남성들의 패션에 첨가되었고 이후 여성들에게도 퍼졌다. 두건 형태로 머리카락을 가려줄 뿐만 아니라, 두상을 예쁘게 빚어내는 소품으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마이클 스위어츠, <꽃다발을 든 터번 쓴 소년> 1661년. 캔버스에 유채, 티센 보르미자 미술관, 마드리드 그림의 주인공을 둘러싼, 다양한 견해들이 있다. 화가의 딸이라는 사람도 있고, 내연의 관계에 있는 하녀였다는 주장도 있고,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에, 이번에는 복식과 당대 패션문화를 통해 바라보는 그림의 의미들을 조금씩 살펴봤다. 화가의 13살짜리 딸인 마리아라는 주장도 있고, 화가의 절친이자 후원자였던 이의 딸이란 주장도 있다. 물론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하녀와의 관계도 항상 등장했다. 하녀의 애칭이 진주라는 주장이 점차 인기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실제 당대 의상을 통해 보면 이런 소설적 상상력은 약간 문제점이 발견된다. 터키풍이란 말은 사실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이 때에는 서구인들에게 터키는 특정 국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국적인 산물들을 가리키는 범용적인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터번은 이미 인기를 잃어버린 패션 경향이지만 그림 속엔 자주 등장한다. 적어도 페르미에르의 그림 속엔. 그의 사후, 남긴 유품들 중엔 동방에서 온 이국적인 산물들이 많았다고 한다. 화면 속에서 이국적인 면모들을 알음알음 드러내고자 하는 시도였으리라 추정해본다. 터번은 페르시아 어원인 둘반트에서 왔다. 이것이 네덜란드에서 변종 튤립을 의미하는 Tulband로 변했다고 한다. 꽃을 쓴 사람의 모습이 된 셈이다. 스위어츠가 그린 터번 쓴 소년은 바로 페르미에르의 작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작품이다. 청색과 황색을 쓴 방식이며 그림 속 초상화를 전개해간 분위기와 정조도 닮았다. 프랑스 혁명 이후, 1920년대 터번은 다시 패션의 주요 아이템으로 인기를 유지했다. 항상 서구는 자신들의 정체성이 위험에 처할 때, 적어도 제 삼자에게서 새로운 탈출구를 발견하려는 시도를 할 때마다 동양의 패션에 눈을 돌려왔다. 패션을 통해 시대를 유추해보는 것은 이래서 재미가 있다. 유행이란 요소가 결코 단순하게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그럴 것이다. 유행은 사람들로 하여금 정신의 노예로 만들기도 하지만 실제적으로 탐색할 능력이 없는 이들에겐 좋은 방어막이 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변화라는 인간의 삶의 한 국면에 몸을 던지게 하는 추동력이 되기도 하고 말이다. 이번 <문화책갈피>에서 동서양의 미인도 내용을 재미있게 잘 다뤄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짦은 시간 인터뷰로 나오게 되겠지만, 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라도 적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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