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시몬느 핸드백 박물관에서-황금을 경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을 때

패션 큐레이터 2013. 5. 12. 07:00

 


가로수길 초엽, 시몬느 핸드백 박물관이 생긴지도 이제 꽤 시간이 흘렀다. 런던에서 패션 큐레이션을 전공하던 학생을 블로그로 만나, 그 학생이 이곳을 책임지는 큐레이터가 되고, 시몬느 회장님과도 교분이 두터워졌다. 큐레이터 다운씨와는 6월 11일 전시도 함께 한다. 사실 어찌보면 내가 이곳을 너무 좋아한 탓이다. 패션 큐레이션이란 개념을 외국에서 처음 접하고, 한국에서 관련 일을 해보자고 할때 꿈꾸었던 장소였다. 이런게 한국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뭐 이런 상상 말이다. 그런게 그게 현실로 만들어졌으니 나로서는 좋아할 수 밖에. 만나는 이들, 기업강의를 하러 갈 때마다, 이 백스테이지 공간에 대해 이야기 해왔다. 이곳에서 많은 분들을 위해 도슨트를 자처해왔다.


오늘 도슨트를 해준 중앙대 예술대학원은 지난번 두 차례의 특강으로 알게 되었다. 참 감사한 것이 예술경영을 비롯하여 문화 컨텐츠, 영상, 패션 등 다양한 관련 분야가 결집되어 있어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힘이 되고, 그 분들도 얻어갈 것이 많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덕이 되고 힘이 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좋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시몬느 핸드백 박물관은 참 엉뚱하고 독특한 위상을 자랑한다. 한국패션산업계의 맏형 격이라 불리는 제일모직 조차도 자체 박물관을 만들어 자신의 아카이브를 구축해놓질 못했다. 제일모직 탓을 하려는게 아니고, 우리 스스로 이런 문화를 창달하는데 익숙치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간을 만든다고 해도, 국내의 패션 전문가들의 손을 빌려봐야 항상 빤한 답만 나왔던 것도 한 몫하지 싶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시몬느가 핸드백 박물관을 만들고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고 세계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마케팅 전문가인 내게도 고무적이고 놀라운 일이다. 정말 좋은 기업사례가 될 만하기에, 계속 지켜보고 그 추이에 함께 동참하는 마음으로 매일 행복한 자발적인 도슨트를 뛰는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이곳을 몰랐다가 알게 된 분들은, 정말 이런 곳이 있는 것에 대해서 놀라와하고 즐거워한다. 


박물관의 소장품이 바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잇백이기 때문이다. 그, 잇백이 역사적으로 구성된 사물이란 것. 그 사물과 인간이 어떻게 접촉하고 관계를 맺어왔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관련 컨설턴트들이 스토리텔링을 이야기 한다. 마케팅에 대해 오랜 세월 사유해온 나지만, 나는 이런 식의 흐름을 좋아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실제 삶 속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화두들 말이다.


무슨 뜻이냐면 우리는 항상 하버드 비즈니스를 비롯한 서구의 사례들에 매일 목을 매고, 서구의 브랜드를 추종하다보니, 그것을 경영하는 기법까지 매일 그들의 것을 받아들인다. 3년전 블루오션이란 개념을 떠들지 않던 국내의 기업은 없었다. 그러나 더 한심한 건 이 블루오션이란 것도 94년에 이미 네덜란드의 모 전자회사가 가치혁신이란 이름으로 다 만들어놨던 것이


고, 그때 블루오션의 저자가 함께 프로젝트 했던 내용이 아닌가 말이다. 그만큼 오래 지난 것인데, 뭐 하나 외국에서 들어오면 자칭 발빠른 국내의 전문가들은 수입 후 그저 번역해서 옮길 생각만 하는 것이다. 사실은 스토리텔링이라 불리는 전략도 이런 궤적에서 그리 벗어나지 못한다. 그건 따라하기지, 우리 안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그저 박물관 안에 있는 유물들과 소장품의 가치를 표피적으로 해석한다. 절대로 아니다. 그건 박물관이 존립하는 이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 도슨트를 하면서, 왜 문화컨텐츠 전공자들이, 예술경영자들이 이런 특화된 박물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하는지 재차 이야기 하며 시간을 보냈다. 말을 좀 하고 났더니 속이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