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5회 글로벌 패션 포럼에 다녀왔습니다.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한국의 패션산업이 어떤 준비를 하고, 무장을 해야 할지를 토론하는
멋진 자리였습니다. 중국시장에 대해 누구보다 관심이 많습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초기
실제 중국에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문제며, 그쪽의 유통망을 이용해 소비자들과 만나는 일로 머리를
쥐어짜며 살았습니다. 꽌시란 단어를 그때 배웠고, 그들과 친해지고 돈을 버는 일은 매우 별개
일 수 있다는 것도 그때 알았습니다. 세상사 그 무엇을 배우든 수업료를 내야 하지만
중국 시장은 이 수업료란 것도, 그저 낸다고 다 배울 수 있는게 아닌 시장이었죠.
이번 한국패션협회가 주관한 글로벌 패션포럼에 참가하게 된 건
클라우디아 카리용이라는 현재 UN 제네바 국제무역센터의 의류 산업 컨설턴트의
발표를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물론 에르메스와 샤넬의 아시아 퍼시픽 사장이었던 장 라일의
강연이나 이랜드 중국 총괄 법인장이신 최종양 대표의 강연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런 포럼은
비단 패션분야가 아닌 다른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저에게도 필요한 내용입니다. 기본적으로 제조업을 하는 이상
유통과 가격의 탄력성, 소비자의 감성구조는 결국은 공통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죠. 게다가 법률과 문화
란 부분은 꼭 패션기업이 아니어도, 일반 중소기업에도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그래서 필요하죠.
이업종 교류나 콜라보레이션이란 단어가 이제는 흔한 경영전략의 기법처럼 말해지는
시대입니다. 그만큼 자신의 자리만 보존하고 있다고 해서 경쟁력이 생기진 않죠.
이런 포럼에 가보면 항상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발제내용은 의외로
평범합니다. 중요한 것은 오히려 발제 후, 패널리스트들과의 대화 내용입니다.
구조화 되어 있지 않다보니, 좀더 뜨겁고, 날것의 정보들이 머리 속에서 은연중에 나오게
될 가능성이 크죠. 매년 5천만명이 중산층으로 편입되고 있는 놀라운 경제력을 보이는 중국시장은
모든 산업과 매체의 관심사입니다. 먼저 경험한 이들, 이 시장을 객관적으로 정확한 리서치 방법을 통해 조금
이라도 우리보다 그곳을 진입한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이래서 필요합니다. 기존 회사가 경력사원
을 왜 뽑을까요? 그만큼 정책의 시행에 오차를 줄이고 쓸모없는 수업료를 내지 않기 위해서죠.
중요한 건 그들의 말을 들을 때도, 걸러 들어야 하고, 필터링을 해야만 필요한 정보를
쏙 빼먹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경지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거죠.
개인적으로 앞에서 언급한 클라우디아 카리옹의 대담에서 딱 한 가지
이 나라의 인디 패션 디자이너들과 대형 기업들을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좋은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패널로 나선 국가브랜드 자문위원이신 이장우 박사님의
질문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속내를 가장 정확하게 공감하며 질문을 던져둔 패션 브랜드 아비스타의
해외사업본부 권원식 상무님의 질문 내용이 더 와닿습니다. 제조업이 어려운 이유는 생산설비의 도입과 설치, 이의
운용이 나라가 바뀔 때 경험하게 되는 문제점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많은 것이 있지만, 당장 소량의 피스를
발주하고 생산하려고 하면, 현지에서 엄청나게 어려움을 겪죠. 규모의 경제란 엄연한 현실을
마주하며 싸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무님 말씀이 딱 기억에 남네요. "스타일 별로
100피스를 주문해도 받아줄 때까지만 버티자" 눈물나게 와 닿았습니다.
중국시장에 유럽 브랜드들이 진출하면서 한국의 패션시장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우리에게도 잠재적인 시장이지만 무엇보다 경쟁을 위해선
틈새가 있어야 합니다. 유럽 명품들이 고가군을 차지하고 있는 현재, 한국의 패션 브랜드
는 대부분 중저가 시장에 포지셔닝되어 있지요. 이제 중고가 시장으로 가격 존도 높이고, 퀄리티도
함께 올려야 합니다. 어차피 현대 자동차는 이렇게 트윈(쌍둥이) 전략을 세워 동일 차량에
대해 구모델과 신 모델을 중국 내의 도시 별로 나누어서 침투를 해서 성공을 했죠.
2차 세션까지 끝나고, 점심시간입니다. 도시락과 커피로 배를 채우고
짧은 시간을 이용해서 포럼참가자들과 인사도 나누고요.
이날 포럼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분은 역시 이랜드 중국법인장인 최종양 대표님의
연설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럴수 밖에 없는게 지금껏 이랜드가 중국내에서의 성공에 비해
외부로 노출된 자료들이 많지 않았고, 성공비결과 더불어 배워야 할 것들을 나눌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중국의 1차 도시인 광저우와 베이징, 상해와 같은 도시 외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2.3차 도시의 프로필이나, 소비자 특성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기에, 이번 이랜드의
발표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습니다. 특히나 해외 브랜드 사재기에 나선 국내 기업들이
들어야 할 논평도 많았습니다. 함부로 유럽산 브랜드를 들여오는 일이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이를 피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그러고보니 이랜드 각 브랜드의 중국
내에서의 영업이익율도 확실하게 배워왔네요.
2020년 중국 소비자들에 대해 경영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의 보고서가
나왔더군요. 맥킨지 쿼터리를 항상 빼놓지 않고 봤었는데, 최근엔 패션에 대한
글만 소비하느라, 저도 잊고 있었습니다. 어떤 시장을 꿈꾼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법적인 문제, 문화적인 문제에 대해 실사를 해야 하고, 리서치도 해야지요.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외국진출을 위한 시장조사를 비용으로 처리하는 나라입니다. 그만큼 투자개념으로 리서치를 생각
하지 않는다는 거죠. 이를 쉽게 푼다면서 고작 중국경험을 가진 임원을 들이는 일인데, 이는 때로는
효과적이나, 그렇지 않은 주관적 평가에 머물 때도 많습니다. 마케팅의 절반은 리서치입니다.
시장을 개척하는 일이 벽돌 하나하나를 구워서 집을 짓는 일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업을 할수록 토대와 기초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합니다. 반석 위에 서는 우리
기업의 모습, 그 위에서 우리의 것을 팔 수 있는 시장을 기대해봅니다.
http://www.facebook.com/fashioncurator1
페이스북 계정입니다. 블로그보다 한층 빠른 속도로 여러분과
이곳에서 생각을 나누고 있죠. 패션 마케팅을 비롯한 패션산업인들과의 대화를
기대하시는 분들은 저의 페이스북에 들러주세요.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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