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10월의 마지막 밤, 중앙대학교 아트센터 대극장에 갔습니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학생들이 기획하는 문화예술제 내의 아트 콘서트의 특강을
위해서였습니다. 요즘은 정말 콘서트란 단어가 예술계의 대세가 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모이고 공감하고, 서로의 생각과 질문을 나누는 자유로운 자리가 아주 좋더라구요.
CBS 신지혜 아나운서의 사회로 토크 콘서트 '문화로 세상을 밝히는 법'
을 시작합니다. 첫 세션에선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님이 나오셔서 한국영화의
현대사와 앞으로 가야할 방향성에 대해 정확하게 짚어주셨습니다. 제가 영화를 배우러 자칭 충무로
로 갔던게 대학 3학년 때였습니다. 최진실씨가 나온 <편지>란 영화를 신사동 뤼미에르 극장
에서 봤죠. <비트>란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치고, 왕가위의 <중경삼림>같은 영화가
촬영의 새로운 문법을 만들어내던 때였습니다. 모든게 새로왔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작금의 한국영화는 어느때보다 활황입니다.
뒤돌아보면 고쳐야 할 점도 많죠. 이런 부분에 대해 김의석 위원장이
던져주신 내용들이 참 좋았습니다. 최근 대종상 수상식에서 영화 <광해>가 15개
부분을 휩쓸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피에타>를 연출하신 김기덕 감독님은
특별상 수상을 거부하시고 밖으로 나가셨지요. 대자본이 독식한 영화 유통 때문에
좋은 영화들이 숨통을 트이기가 쉽지 않은 요즘, 겉의 화려함과 내면의
빈천함이 주는 강렬한 대비감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공연 시작하기 전 학생들의 공연이 인상 깊었습니다. 워낙 북소리를
좋아해서 그런지, 울림이 있는 은환을 채우는 소리가 좋아요. 개인적으로는 저는
컬렉터로서 중앙대 미대 출신들 지인이 많습니다. 지인이라는 게 서로 안다는 뜻 보다 작품을
통해 만나고 블로그로 알리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거죠. 저야 미대 출신이 아니다보니, 학교 학위 불문하고
좋아하는 작품을 따라다녔었고, 그렇게 썼던 책이 <하하미술관> 이라는 책입니다. 그래도 이 책에서
소개한 작가 분들이 지금은 왠만큰 자리를 잘 잡아서 저는 참 기분이 좋습니다.
둥둥둥, 북소리가 저를 사로잡습니다......역동적이었어요.
이번 제 강의의 내용은 다를바 없습니다. 예술대학원 내의 다양한
구성원들, 가령 박물관학이나 공연예술학, 패션예술학과, 문화콘텐츠학과 등
다양한 분과가 패션을, 한 벌의 옷을 어떻게 새롭게 재현할 것인가의 문제를 짚습니다.
패션은 단순히 서울 컬렉션의 런웨이 상으로 규정하지 않는 것, 공연과 역사가 숨쉬는 컨텐츠로
변형시키는 일, 이를 기존의 제도화된 패션계의 논리가 아닌 새로운 시선으로 탈바꿈 시키는 일의 즐거움.
이런 내용을 갖고 다양한 분과의 학생들이 모여서 패션을 어떻게 지지고 볶을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하고 싶었습니다.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서 기뻤습니다.
이번 예술제의 기획 테마는 <예술은 발광이다>입니다.
우리는 지랄발광한다는 말을 합니다. 광기란 뜻의 한자를 빛이란
뜻으로 치환한 말입니다만, 광기란 단어에 대해 워낙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보니 그럴겁니다. 사실 광기란 천재의 기준이기도 했죠. 천재가 별건가요? 타인의
기술과 생각으로 부터 자유롭게, 자신의 길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뜻합니다. 섬세함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내면의 섬세함과 창의성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예술가들의 세계는 그 자체로 발광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랄을 해야죠. 지랄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들어차있는 세상의 질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는 수용의 의미로, 혹은 공모의 수준으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거든요. 여러분은 어떻게 발광하고 계신가요? 빛을 발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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