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9월 1일부터 2일까지 대구에서는 국제바디페인팅 대회가
열렸습니다. 메이크업 부분과 바디 페인팅 분야로 나뉘어서 인간의 몸을
색으로 조형하는 기술의 향연을 보여주었죠.
올해로 5년째를 맞이하는 대구 국제 바디페인팅 대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많은 이들에게 그 존재감을 알려가고 있습니다. 흠이 있다면
기간이 너무 짧은 것인데요. 바디 페인팅의 특성상 실제 사람이 개입되는 문제이기에
전시라든가 다른 방식으로 시연되기가 어렵다는 점이겠지요.
바디 페인팅이란 무엇일까요? 말 그대로 신체 위에 색을
덧입는 것입니다. 이는 영구문신과는 달리 일시적으로 신체 위에 색을
입혀 몸을 점유하는 행위입니다. 인류학적으로 인간이 자신의 몸에 색을 칠하는
것은 아주 오래된 행위지요. 원시제의시대부터, 제사에 앞서 춤을추고, 발을 동동 구르고
함께 집단이 몸과 몸이 엉킨채, 노래를 부르는 이러한 제의적 양식의 일환으로
발달되어왔습니다. 몸의 색을 칠함으로써, 인간은 개인으로서의 속성을
잃어버리고, 잠시나마 집단의 가치에 매몰되며, 하나의 색으로
무장한 전사가 되는 것이죠. 정서적으로 묶이는 것입니다.
현대 인류학에선 이렇게 인간의 몸에 색을 입히는 과정들, 적어도
페이스 페인팅에서 부터 바디 페인팅, 피어싱, 의도적인 상처내기(scarification)
을 광의의 신체 장식(body adornment)로 해석합니다. 중요한 건 이런 행위들이 현대사회에서
갖는 의미겠지요. 파편화되는 현대에서 사람들은 살아있음에 대한 감각을 몸으로 기억하고 각인하기를
원합니다. 이것은 매우 치열한 생의 감각을 끌어오도록 만드는 동인입니다. 도시 속 인간의 삶이
더 이상 거대한 집단으로 획일적으로 구획되지 않고 세분화되고 쪼개졌다는 뜻이 되지요.
그 속에서 인간은 새로운 '부족(tribal)'의 일원이 되기 위해 신체장식을 합니다.
신체 위에 다양한 채색을 하는 것은 사실 유사 이전의 시대를 읽을 수 있는
단서이자 문헌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서구는 이국적인 타자의 몸을 읽기 위해
인류학에서 다양한 부족들의 몸과 문신, 각인된 신체의 의미들을 읽는데 주력해왔습니다.
몸은 그 자체로 젠더와 나이, 정치적 위상, 취향, 성적 지향성 등 다양한 의미들을 담는 지표입니다.
서구에서 신체 예술, 흔히 바디아트라는 영역이 발전하게 된 것도, 고래로 사람들이 변함없이
변화라는 영역 속에 들어갔을 때, 예의 없이 자신의 신체를 변형시키고 채색했다는
점 때문입니다. 시대별로 메이크업의 방식이 바뀐 것도 같은 논리이지요.
이번 대구 바디 페인팅 페스티벌에서 페인팅 부분 1위를 한 작품입니다.
정글 속에서 살아가는 부족들의 일원같이 보이네요. 인간의 신체를 캔버스 삼아
오랜 시간동안 한올 한올 꼼꼼하게 붓터치로 그려낸 세계가 강렬합니다.
색이란 무엇일까요? 왜 우리는 바디 페인팅같은 일시적인
문신 상태를 즐기고, 적어도 그것을 시각적으로 소비하면서 이야기를
나눌까요? 받아들여야 할 수많은 문화적 지표종들이 소비자들의 채택을 위해
광범위한 자본의 힘으로, 마케팅을 벌이며 싸우는 시대, 한 개인의 색을 톧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체성의 문제에 분개하고, 정치적 지형과 색감, 살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도 다양한
이론적인 논의만 있을 뿐, 몸에 각인될 만한 강렬한 생의무늬를 찍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의 몸이 색을
원하는 것은 허무한 이론의 세계가 자리한 그 여백에, 실제 인간의 뜨거운 욕망을 불어넣으려는
시도가 아닐까요? 신체에 각인된 '나만의 기억'을 토해내려고 SNS에 접속해도 누군가는
당신의 색이 무엇이냐 끊임없이 질문하고 괴롭히고, 그저 자신의 색으로 통일해
줄 것을 강요하는 사회입니다. 반유신, 반독재까지 종북으로 포장하는
사회에서 제대로 된 정견을 갖고 살기가 버거운 요즘입니다.
도대체 이들의 색은 어떤 색이길래, 이런짓을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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