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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의 거장 조성우-음악은 영화를 그리는 붓

패션 큐레이터 2012. 8. 17. 01:02


제천 국제음악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회사일로 개막식은 항상 

놓치게 되어 아쉽습니다. 올해로 4년째 개근을 하고 있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작은 도시에서 열리는 색다른 영화제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나 전주국제영화제에 비하여 

규모는 밀릴지 모르겠지만, 사실 영화음악이란 특화된 소재를 이용해, 영화에 대한 밑그림을 보강하고

더욱 풍성한 의미를 끌어내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는, 절대로 밀리지 않는 멋진 영화제입니다. 



대구 수성아트피아 강의를 마치고 부랴부랴 고속버스를 타고 제천으로

향했습니다. 레이크 호텔에서 열린 공식행사는 바로 조성우 음악감독님의 핸드 프린팅

행사입니다. 조성우 감독님은 이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으로 오랜동안 수고해주셨고, 영화계에서는

한국의 엔리오 모리코네라고 불리는 분이기도 하죠. 이 분의 영화 필모그라피를 일일이 설명하기란 오히려 

벅찰 정도로, 많은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외출><봄날은 간다><선물><인정사정 볼것 없다> 등

이외에도 너무 많습니다만 이 정도에서 줄입니다. 예전 <8월의 크리스마스> 제작 스테프로 일할 때, 군산에서 

처음 감독님을 뵈었습니다. 현장경험이 미숙하던 제겐, 첫날 아침 영화 속 배경인 사진관 앞에서 진을

치고 사람들을 챙기고 있었는데, 아침인사를 따스하게 해주신 분도 감독님이였습니다. 



이번 핸드 프린팅 행사는 영화계의 오랜 업적에 대한 작은 보답입니다.

영화음악에 대한 저작권 개념도 흐릿하던 시절 부터, 창작영화음악을 고수하며

 이 땅에 영화 문법을 풍성하게 하는 데 일조한 분이죠. 60여편의 음악을 통해, 영화의 

의미는 커지고, 관객들의 몰입 또한 깊어졌습니다. 음악은 보조역할이지만, 영화적 텍스트를

다른 관점에서 읽어볼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합니다. 2006년부터 매년 수여되는 제천영화음악상은 한국

영화계의 영화음악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이들에게 매년 수여되어 왔습니다. 2006 신병하 감독에서 부터 

2010년 김수철 음악감독에 11년에는 강근식 감독님에 이어 올해 조성우 감독님이 수상자로 선정되었죠. 



핑크빛 핸드프링팅에 각인된 작곡가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봤습니다. 저 손으로 함께 하는 많은 감독들의 영화를 뒷받침하고

아름다운 선율들을 키워냈습니다. 작곡가에겐 독립된 선율을 결합하고 조합하는 

대위법적인 상상력을 필요로 합니다. 특히 영상과 결합되는 영화 음악의 경우에는 이러한 힘은

더욱 필요하지요. 음악은 청각적인 변수이자, 음향의 질감과 맞물린 영상 속 

사물의 세계와 그 빛깔을 드러내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를 함께 했던 허진호 감독님과.

최근에 중국에서 영화를 한 편 하셨죠. 두 분의 오랜 우정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허진호 감독님을 뵈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대학교 4학년 때 감독님을 처음 뵈었으니까, 정말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조성우 감독님의 뒤를 이어 집행위원장이 된 영화평론가 오동진 선생님

좋은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삶은 결코 짧은 시간 안에 그 세계를 다 보여주지 못합니다.

물론 평생을 다 해도 작은 단면만을 펼쳐보일 수가 있죠. 그만큼 유장하게

흐르는 속도 때문입니다. 영상과 음악은 느리게 흐르는 세상을, 즐겨보라고 말합니다.

많은 영화를 봤습니다. 만들기도 했고, 즐기기도 했고, 이제는 동참도 합니다. 어린시절엔 영화 속

배우만 보였고, 시간이 좀 지나니, 영화 속 이야기 구조가 보였고, 이제는 영화란 세계를 

받쳐주는 다양한 세계들이 함께 보입니다. 영화 음악은 바로 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세월 속에 발견되는 삶의 진정성, 그것을 함께 나누는 이 시간이 행복합니다.

조성우 감독님, 다시 한번 시상 축하드리고, 건강하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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