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인큐베이터

대학패션위크, 운영위원회에 다녀와서

패션 큐레이터 2012. 7. 10. 20:05

 

 

 

지난 주 목요일, 섬유센터에 다녀왔다. 서울패션 신진인력 양성사업의 일환으로 2012년 대학패션위크에 대한 운영 소위원회가 열렸다. 이곳에 운영위원으로 위촉을 받아 가게 된 것이다. 한국패션협회 주상호 상무님의 주재하에 패션 큐레이터인 나와 르이 대표 이승희씨, 피플 오브 테이스트의 송미선 대표, 쎄시의 편집장 김은정, 코스모폴리탄의 편집장 김현주씨, 이외에도 학계를 대표하는 세분이 함께 동석했다.

 

서울패션위크가 열리는 주에 대학패션위크가 함께 열린다. 예전에도 대학패션위크에 참석을 부탁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느끼는건, 쟁쟁한 기성 디자이너들의 런웨이도 일정상 다 소화하지 못하는데, 여기에 학생들의 작품까지 함께 보고 읽고 가기가 쉽지가 않더라는 점이다. 이번에는 가칭 대학창작패션쇼를 10월 25/26일 양일에 걸쳐 연다고 한다. 7개 대학이 학교별로 20분 내외의 패션쇼를 열어서 창의적인 예비 디자이너 발굴의 장으로 삼겠다는게 전체적인 취지다. 대학간의 네트워크 형성도 좋고, 기업에서는 우수한 자원을 미리 비춰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이끈다면 금상첨화이리라.

 

문제는 취지를 무색케하는 요소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날 운영위에 참여한 언론계의 입장도 비슷하다. 항상 시기별 겹쳐 놓은 탓에 관심을 대학생들의 작업에, 참신한 탤런트를 찾아내는 일에 맞출 수가 없는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은 이제 패션협회가 주관을 하게 되는 첫번째 행사가 되기에, 실제로 첫삽을 뜨는 일이 중요한 터라, 마냥 틀을 바꾸자고 하기도 쉽지가 않다. 이건 엄연한 현실이다. 무조건 혈세낭비 운운하는 건, 현실을 모르는 논객들의 주장일 뿐, 뭐든 주체가 바뀌고 새로운 틀을 점진적으로 바꿔가기 위해선 첫 모종삽을 뜨는 일을 잘 해야 한다. 그래서 이 날 만큼은 너무 날선 비평보다 앞으로의 방향성과 실제 운영가능성이 있는 프로그램들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7개 대학이 20분 내외의 패션쇼를 여는 건, 보여주기 식의 행사에 그칠 수 있으니 '공통의 테마를 잡아서 한 갈래로 집집중화시키는 방식'을 제안해봤다. 300여개의 패션협회 산하의 기업들과 연계, 취업과 연계하겠다는 취지는 좋다. 문제는 이 또한 실제 각 기업에 지원금을 주는 형식을 띠는 데다, 실제적인 효과에 대한 분석도 미진하다. 이 또한 첫삽을 뜨는 방식 중의 일부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운영위는 예전의 운영위와 다른 날카로운 목소리와 비판이 오갔다는 점에서 일견 고무적이다. 나 또한 말뿐이 아닌 더 좋은 생각과 조직방식 등, 반드시 도움이 되는 생각을 갖고 임하리라 결심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건 자명하다. 장소를 정하고 공간을 계약하는 일 하나 쉽지 않다. 그럼에도 패션계의 차세계 탤런트들을 찾아내겠다는 의지는 누구보다 강하다. 학생들의 미래를 이야기 하는 자리는 결국 지금껏 우리가 해왔던 패션업계 전반에 대한 반성과 맞물릴 수 밖에 없다. 의상학과가 넘쳐나는 나라, 커리큘럼은 70년대 이후로 바뀌지 않는 나라, 이런 곳에서 국내파로 해외를 향해 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고쳐야 할 점들이 산재하지만, 일단은 대학패션위크에 초점을 맞춰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