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조원가를 산정하고 부품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방식을 찾고 조립비용을 줄이고 생산 지원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을 고려합니다
저는 항상 이런 제조와 관련된 문제를 삶의 문제로 끄집어 당겨서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지금껏 해왔던 경영도 비단 기업을 운영하는 것만의 문제로 환원되지 않았습니다. 한 벌의 옷을 만드는 것이나 철학자의 견고한 생각의 체계를 공부하는 것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생산 공정 하나하나가 태어나는데도, 철학자들이 텍스트를 읽고 타인의 생각을 공박하며 하나의 아이디어를 잉태하는 '치열함'이 그대로 배어납니다. 그걸 읽어내야 하고, 그 과정 속에서 함께 하는 이들과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경영자가 되고 디자이너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퍼 하나를 다는 것, 단추를 다는 것, 직물과 직물을 대고 그 선을 따라 봉제하는 일, 그렇게 인간의 몸에 맞는 한 벌의 옷을 만들면서 저는 한 채의 집을 짓는 일을 생각합니다. 최근 정림건축문화재단과 함께 열었던 <건축의 비건축, 비건축의 건축> 포럼을 하면서 시종일관 느낀 것이기도 했고요. 한 벌의 옷을 짓는 일, 제대로 짓는 일, 마음에 들게 짓는 일, 되도록이면 비용을 줄여서 짓는 일. 이 문제와 다를게 하나도 없더라구요. 어떤 하나의 이치를 깨달으며 세상의 다른 요소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저는 패션을 통해서 깨닫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소개할 책은 생산관련 용어들을 정리해 놓은 제니스 부보니아의 <Apparel Production and Process>입니다. 생산기술 관련 용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놨습니다. 최근 패스트 패션이 창궐하면서 패션관련 생산에도 다양한 기술이 접목되고 있습니다. 기술이 바뀔 때마다 용어와 어휘에도 변화가 생기게 되죠. 학생들과 업계 종사자 분들을 위해 이러한 패션계 내부의 변화를 읽어보기엔 사실 잘 디자인된 용어집이 가장 좋습니다. 물론 여기에 너무 매이다 보면 얄팍함을 벗어던지기는 어렵게 되긴 하지만 말이에요.
생산이란 결국 다양한 힘들의 시너지로 이뤄지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 하나하나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갈등의 주름을 펴는 일. 그것이 진정한 패션업계의 리더가 되겠죠. 우리가 그 집을 얼마나 튼튼하게 짓느냐, 빨리 짓느냐, 마음에 들게 짓느냐의 문제를 옷으로 환원해보면 은근히 해결되는 게 많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