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일상의 황홀

비올라 선율에 젖어......리처드 용재 오닐의 공연을 보고

패션 큐레이터 2011. 10. 9. 19:35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비대칭 스타일의

케이프를 응용한 트임이 있는 폴라를 입고 한 컷 찍었습니다.

 

예술의 전당에 다녀왔습니다. 오늘 비올라 연주자인 리처드 용재 오닐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한국이 낳은 정평있는 연주자로서 클래식을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서 떠오르는 스타로, 우리들에게 알려진 연주자입니다. 풍부한 음색과 정확한 음정, 무엇보다 음의 혼을 하나씩 깨운다고 할까요? 섬세한 음에 대한 독해가 그의 전 연주시간을 채웁니다. 4번의 앙코르를 받고서야 겨우 공연이 끝났습니다. 관객들을 향해 발간(빨간-연주자의 발음대로 읽습니다)

 

그래미상 후보에도 오를 만큼 연주자로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에게서 느낀 것은 단순히 비올라 주자로서의 면모만은 아닐 것입니다. 연주를 마치고 장미를 던지는 그의 모습에서, 클래식 음악 연주자로서 최근 일종의 아이돌처럼 인기몰이를 하는 그의 또 다른 면모를 읽어볼 수가 있었는데요. 악기를 연주하는 일을 사람을 알아가는 일에 비유하는 그의 철학이 좋았습니다.

 

연주자와 악기, 뗄레야 뗄수 없는 혈연같은 관계이지만 손에 익고, 몸에 익고, 영혼에 익기까지 감내하고 서로가 보듬어야 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요. 어떤 이에게는 수십년 또 어떤 이에게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요. 현은 대기와 만나 떨림을 통해서만 인간의 귀에 통어됩니다. 가청이란 결국 온 몸을 떨어서, 그 떨림이 나의 내면과 만날 때 비로소 풍경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맞은 편에 두 그루의 나무는 이제 완연한 가을의 향과 빛을 잉태하는 옷을 입고 서 있습니다. 더욱 깊어지겠지요. 올 가을엔 작년처럼 지쳐서 집과 사무실에 쓰려져 있기 보다는 거리로 나가, 명멸하는 가을의 환희들을 익혀보려 합니다. 버섯샐러드와 함박스테이크로 배도 채우고, 모처럼 만에 점심을 잘 먹었습니다. 혼자 사는 법을 익히면서 가장 힘든 것이, 요리를 할 줄 알아도 누군가를 위해 해줄 일이 없고, 주말이 되면 혼자가 되다 보니 딱히 자신을 위해 잘 차려먹질 못하는 것입니다.

 

좋은 연주를 들은 것 뿐인데......라고 하기엔 2시간 14분의 연주는 단순히 현의 결합이 아닌, 제 몸의 구석 구석을 말끔하게 씻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비올라와 첼로, 콘트라베이스까지, 현은 마치 최종병기 활처럼, 신을 향해 손을 뻣는 성당 궁륭의 침묵처럼, 자신의 옷을 하나씩 벗어, 한기가 다가오는 가을의 시간, 인간의 남우새스러움을 껴안고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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