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청담동의 작은 일식집에서, 멋진 분들을 뵈었습니다. 모션피아 박종호 대표님과 신지혜 아나운서. 원래 이 두분은 지인이고요. 사진 속 오른쪽, 환하게 꽃을 들고 계신 분이 영화수입사 찬란의 대표 이지혜님입니다. 박종호 대표님이 잠깐 화장실 가신다고 나가시더니, 두 여자분을 위해 멋진 꽃을 사 주셨네요. 패션과 영화를 함께 묶어내는 글을 쓰다보니, 패션을 다룬 영화를 자주 봅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패션영화라 불리는 것들을 보기가 쉽지 않지요. 그래도 올해 이브 생 로랑의 생을 다룬 <라무르>한 편 때문에 무엇보다 힘이 되었던 저였습니다. 바로 <라무르>의 수입사 대표입니다. 제자들과 함께 본 멋진 영화 <타이페이 카페스토리>도 여기서 수입했습니다. 롯데와 CJ가 영화의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나라에서, 비록 규모는 작지만 소신을 갖고 좋은 영화를 수입하고 배급하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최근 전설적인 패션 저널리스트, 다이애너 브릴랜드의 생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셨다고 해요. 가능하다면 한국에 꼭 수입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패션영화란 '글래머러스한 세계'만을 다루는 영화를 뜻하지 않습니다. 패션도 하나의 산업이고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한숨, 기쁨과 환희가 함께 하는 소우주일 뿐입니다. 패션하면 연예인을 떠올리고, 그들의 옷 입는 방식에 열을 올리죠. 우리 각자가 자신의 스타일을 갖지 못한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학벌이 높고, 외국 유학을 다녀왔다고 이 스타일이 생길까요? 그저 경제수준이 높아지면 스타일이 그저 따라올까요? 천만에요. 한 벌의 옷을 입는 다는 것은, 그의 온 생의 철학을 '사회적인 피부'인 옷에 투자할 때 가능합니다. 나 자신의 색과 실루엣이 드러나야 합니다. 빈곤한 '정신'이 채워질 때, 옷 주름 사이사이의 행간에 우리의 찬란한 정체성이 꽃을 피게 될 겁니다. 그런 점에서 좋은 영화들, 좋은 책들, 좋은 만남들, 이런 것들에 투자하는 우리들이 되어야 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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