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일상의 황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패션 큐레이터 2011. 10. 2. 05:52

 

 

 

 

주말이 되면 항상 전쟁이다. 밀린 원고와의 싸움이 그랬고 번역 마무리와 특강, 종편과 더불어 시작될 방송 준비 등 해야 할 삶의 짐들이 하나 둘 어깨를 지긋이 누른다. 10월의 스케줄을 보니 한숨 나오기 일보 직전이다. 부산과 대구에서 열리는 패션 페어, 청주공예비엔날레 참관, 서울국제무용페스티벌 리뷰, 단행본 원고 마무리, 8회의 기업 특강, 4 회의 미술관 특강, 2개의 컨퍼런스, 대기업과의 연계 프로젝트 브리핑 4회, 토요일 조차도 쉴 날이 없다.

 

지치는 일상을 뒤로 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호흡을 골라야 할 날이 있다. 코발트 빛 하늘이 고왔던 어제, 저녁이 되니 살갖에 와 닿는 가을정취가 꽤 깊다. 시간의 격자를 가로지르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저 지금 이곳에서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작은 확신만 가지면 된다. 누가 뭐래도 10월의 첫 날이 아니었던가? 갈맷빛으로 타들어가던 풍경도 단풍잎이 돋아나려는지, 간질거리는 어깨죽지를 긁으며 하오의 무료한 가을햇살을 받는다. 커피스트에서 요거체프 한 잔을 마시고 돌아오던 길, 왜 그렇게 담벼락에 어깨를 살포시 기대고 한 장의 사진을 찍고 싶던지........그래 가을이다. 내 자신에게 환하게 웃어보자고 다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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