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릭 레이턴 <음악수업> 캔버스에 유채
여성가족부의 영상음반 심의, 왜 자꾸 말이 많나 했더니 최근 청소년 유해음악을 심사하는 여성가족부 산하의 음반심의 위원회 위원들의 명단이 공개되었습니다. 국회 여성가족위 소속 김재윤, 김유정(민주당) 의원이 20일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음심위는 위원장인 강인중 라이트하우스 대표와 강미화 경실련 미디어와치 강은경 회장,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기획위 위원, 김창우 엠넷미디어 편성기획부장, 성우진 음악평론가, 손수호 국민일보 논설위원, 이영희 한국 청소년CEO협회 이사, 이재춘 SBS 라디오 편성팀장, 최은아 교총 청소년복지분과 부위원장 등 9명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위원 명단의 공개는 매우 중요한 절차입니다. 저 또한 문화관광부의 자문위원으로 활동을 했고, 항상 의사결정에 있어 인선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각 위원들의 이해관계가 전체적인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뼈져리게 봐왔기 때문입니다.
최근 여성가족부 청소년 보호위는 인디밴드 10cm의 ‘아메리카노’와 그룹 2PM의 ‘Hands up’ 등을 유해약물과 관련한 표현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청소년 유해물로 지정, 논란을 일으켰고, 사회적인 지탄과 저항에 봉착했지요. 심의기준의 모호성으로 인한 이러한 사회적 통합비용의 발생은 유독 여가부의 각 의사결정을 통해 빚어낸 것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심의를 의결하는 이들이 자신의 결정에 관하여 책임을 져야 하고 자세한 내역을 변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상물 등급위 등 다른 매체물 심의기관처럼 홈페이지에 관련 위원 현황을 공개하고 해당 장르별 구체적인 지정 사유를 밝혀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위원들의 이름을 보니 대충 그림이 그려집니다. 방송사와 저작권 협회는 우선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밀접하기 때문에 이 문제에 관해 큰 목소리를 내지 못했을 공산이 큽니다. 인디음악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온 성우진 음악평론가도 여기서 빼야 할 것 같고, 이영희 한국 천소년 CEO협회는 조직의 특성 상, 의견의 균형을 잡기 위해 인선했을 가능성이 커보여 여기서 뺍니다. 경실련의 미디어와치는 지금껏 대중문화산업에 침윤된 대기업 자본의 횡포와 견제라는 측면을 잡아냈던 것을 감안하면 여기도 빼야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대중음악의 '19금'화를 만든 장본인은 누구일까요?
당신의 어둠이나 비춰라, 라이트하우스 대표를 위한 조언
조직위원들의 면모를 볼 때 가장 두드러지는 분이 바로 라이트하우스 대표인 강인중 씨죠. 라이트하우스는 기독서적출판사입니다. 기독교적 관점의 문화비평서와 음반을 제작하는 곳이지요. 한때 서울음반에서 일하며 팝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지만 종교적 세례를 통해, 그는 기독교 문화사역에 뛰어듭니다. 낮은 울타리와 프리즘과 같은 기독문화잡지에 '세상의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협소한 시각으로 쓴 글들을 발표하면서 기독우파의 문화사역자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분의 블로그에 가보면 레이디 가가를(그녀는 독실한 크리스천입니다. 무대매너와 퍼포먼스와 상관없이) 악평하며 "모든 문화는 기독교의 관점에서 재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자신도 글의 맹점을 아는지 글을 막아놨네요. http://m.blog.naver.com/ikstudd (강인중씨의 블로그입니다. 음악관련 글을 다 막아놨습니다) 자신의 저서에서 콜럼바인 고등학교의 학살의 원인을 마릴린 맨슨과 같은 이들의 음악 때문이라고 단정하시더군요. 더구나 기가 막힌 건, 트렌치코트가 대량학살의 상징이라고 표현한 문구입니다. 적어도 자칭 칼럼니스트란 자들이 옷에 대한 은유를 쓸때, 어디서 줏어들은 인터넷의 얄팍한 지식으로 글을 쓰는 걸 자주 봅니다. 복식사가로서 이런 상황은 참 당황스럽고 역겹습니다.
그의 저서 <대중문화 볼륨을 낮춰라>도 하나같이 논지가 같습니다. 한 마디로 대중문화와 가요가 청소년들의 영성을 흐린다는 것이죠. 참 일반적이면서도 추상적입니다. 글은 왜 막았을까요? 적어도 위원장이란 자리에 앉을 정도라면, 자신의 철학이 위원들과의 공유와 동의 구조 하에서 통일성있게 전개할 수 있어야 할텐데요. 그는 자신이 없었나 봅니다. 그저 기독우파의 입장을 위원장이란 타이틀 하나로 새겨넣을 수 있다고 믿었던 게지요. 그러다 모호한 기준점과 해석력, 사회 공중에게 통어되지 못하는 자신의 논리를, '글을 감추는' 일로 스스로 감추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에게 묻습니다, 당신들만의 심의기준
검열의 역사는 항상 저항과 조율의 변증법을 드러냅니다. 권력자의 시선에서 자신의 지배가 정당하다고 믿는 이들이 타인의 행동양식을 '자신의 기준'에서 정하는 것. 그것이 세상의 질서와 평화를 가져다 준다고 믿는 것. 전형적인 기독우파의 입장이지요. 자신들의 견해가 관철되는 세상, 그것이 기독의 공의가 실현된 세상이며, 모든 예술은 우파들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찬미하는 것. 그것이 옳은 예술이라고 가르칩니다. 저는 여성가족부에게 묻고 싶습니다. 예전 90년대 초반, 내가 당신들과 함께 여성운동을 하던 시절, 당신들은 여자의 자궁을 사랑하라고, 거리축제를 열고, 문학속에 드러난 가부장성의 요소를 찾아 계도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당신들은 가부장의 철저한 행동대장이 되어, 가부장제가 부여하는 '아버지의 법'을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왜 대중음악 작품을 선별하면서 이런 생각에 빠지시는 건 아닌지요? '우리때가 좋았는데'라고요. '요즘 젊은 것들은' 하면서 말입니다.
왜 심의기관에 자꾸 종교색을 드러내는 자들을 인선에 포함시키는지요? 같은 기독교신자지만 이런 식의 문화적 패권을 누리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은 마뜩치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심의기준을 명확하게 일치시키고, 공중에게 호응과 동의를 끌어낼 수 있을만큼 섬세해야 한다는 겁니다. 심의기준이 하나같이 '프로크루테스의 침대'가 된 것은 전문가인양 행동하면서도, 섬세한 규율과 기준, 원칙을 만들 만큼의 심미안이 없는 얼뜨기 전문가 집단들 때문입니다. 왜 창피하세요? 내년 여성가족부, 내년 예산요구안을 보니 '성범죄 예방 예산'은 대폭삭감하고 '성범죄 청소년 치료재활 예산'은 아예 삭제하셨더군요. 증액된 것은 직원월급과 복리후생비인 인건비, 가족정책사업비였습니다. 대중음악 속에 청소년 유해요소를 심의한다면서, 정작 성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의 치료와 재활에 들어가는 예산은 쏙 빼놓는 심사를 당췌 이해하기가 어렵네요. 여성가족부......이럴거면 폐지하세요. 그냥 아마 폐지한다면 이 노래를 부를 거 같아요. 2PM의 Hands up......
한국말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고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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