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맨해튼 지역을 돌아다니는 일은
은근히 치열한 질서와 속도감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사람의 몸과 영을 지치게 합니다. 체스판처럼 그려진 삶의 동선을
따라 보폭을 빨리 움직이는 것으로, 눈 앞에 펼쳐지는 다양한 사물들을 담다보면
왠지 모를 기력이 다해가는 느낌에, 초록빛 휴식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되죠. 그때, 교외선을 타고 뉴욕의 서북부로
나갑니다. 오늘 소개할 라치몬트 해변입니다.
라치몬트에 가시려면 뉴욕의 센트럴 스테이션에 가셔서
교외선을 타야 합니다. 부산한 다운타운만 걷다보면, 왠지 조용히
시내를 빠져나와, 실제로 사람들이 조응하며 살아가는 동네를 보고 싶기도 했죠.
그래서 찾아간 곳입니다. 라치몬트는 뉴욕의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의 작은 소읍입니다.
역사를 살펴보면 네덜란드 인들이 1614년에 발견한 이후로, 지금까지 리조트용 커뮤니티로 성장한
소읍이지요. 뉴욕의 부자들이 많이 살고 있고 대부분 인구 조성도 백인들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프렌치 아메리컨이 많습니다. 프랑스 출신 사람들이 많아 사는 곳입니다.
7800명 정도의 인구가 옹기종기, 그러나 조용하고 우아하게 살아가죠.
빅토리안 풍의 다양한 집들이 해변가를 따라 즐비하게 위치합니다.
빈티지 느낌이 가득한 집들을 보고 있자니 부럽기도 하고요. 한편 값을 물어보니
판매 자체가 어렵다네요. 워낙 전통을 중요시 하는 속성들이 있어서 한번 구매하면 사는 분들이
나가길 않는답니다. 정원이 딸린 집들을 보면서, 정원양식을 보면 주인들의 성향이
조금씩은 보이거든요. 이 아래로 내려가면 작은 해변가가 있는데요.
1년에 250불을 주고 사용하는 회원제 바닷가입니다.
작은 정자도 있습니다. 바닷가를 따라 만들어진 보행로로 걷다가
잠시 앉아서 쉬어도 좋습니다. 이외에도 초록빛이 꾹 짜면 흐를 것 같은
풀밭 위에 많은 벤치가 있어 언제든 앉아 작은 노트 하나 꺼내 글쓰고 싶기도 했어요.
옆에 바로 유명한 요트 클럽이 있습니다.
아는 지인 분께서 이곳에 요트를 갖고 계셔서 가볍게나마
승선을 하려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쓰도록 하지요. 롱 아일랜드 만을
따라 바위들이 배경처럼 올목졸목 박혀있는 보행로를 한껏 햇살을 맞으며 걸어갑니다.
캐나다 벤쿠버에서 유학을 할 때도 바다를 좋아해서 학교 내 오트 클럽에
가입해서 상당시간 훈련을 받고 자격증을 땄지만, 한국에선 사실
약간 무용지물이에요. 그래도 바다를 보면 좋습니다.
초록색 풀밭 사이로 걷다가 눕기도 하고
그저 편안하게 산책의 시간을 즐겨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여행하면서 유독 어디어디를 가봤니류의 글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행은 말 그대로 나를 발견하고 쉼을 주고, 지금껏 몸에 각인된 호흡의 순서들을
바꿔줌으로써, 내 자신에게 힘을 돌려주는 데 있다고 믿고 있어요. 하긴 예전 첫 해외여행때는
서로들 가고 싶은 곳이 틀려서, 싸우기도 부지기수였고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저는
다음뷰에 올라온 많은 여행기록들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여행은 타인에게 자랑을
할려고 하는게 하는 액티비티가 아니라, 결국 나 자신을 만나기 위해
나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기 위해 행하는 의도적 행위라고요.
푸른 해원들과 부서지는 포말을 뒤로 하고
그 위로 자유롭게 유영하는 요트들의 행렬도 눈에 담고
배고프면 신선한 과일과 야채, 스테이크를 엊은 와플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실컷 먹어보고요. 여행이란 건 먹거리도 '결정적인 순간'
이 있어요. 먹고 싶다 그럴땐 먹어야죠. 이걸 못하고 두루뭉수리하게 다음에....
이러다가 꼭 엉뚱하게 다른 곳에서 돈을 더 쓰게 되는 경험. 해보신적
없으신지요. 이번 여행에서 먹는 데 돈을 안아꼈습니다. 저는 '
솔직히 대한민국 유제품들에 대해서는 신뢰를 하지
않는 편이라, 유제품에는 돈을 안아껴요.
올 겨울 밀라노에 갈 예정인데요.
피렌체만큼은 아니겠지만 눈에 본젤라또가
보이는 즉시, 겨울이란 계절에 상관없이 무조건 하루에
하나씩 꼭 먹어볼까 생각중입니다. 물론 비싸죠. 하지만 한국도 이젠
물가가 비쌉니다. 같은 만오천원 아이스크림을 사도, 과일은 커녕
과일향만 잔뜩 집어넣은 웨어퍼나 얹어주는게 한국이잖아요.
이날따라 이번 여행에서 입고 가려고 산
초록색 바지가 눈에 띄어 입고 나갔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피부톤도 변하고, 예전의 밝음이 점점 사그러가는
사실과 대면하면서, 유독 예쁜 색들을 몸에 걸치고 싶었어요. 벤치에 앉아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커플의 모습도 편안함 그 자체네요.
편안함과 느리게 걷기, 호흡을 조율하게 됩니다.
시각적인 포화의 환경 속에서 나를 함부로 노출시키느라 지쳤을 때,
조용한 바닷가로 나가 폐속 깊숙이 공기도 들여마시고 걸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뉴욕 여행은 솔직히 너무 미술 중심으로 흘러갔던게 사실입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린 알렉산더 맥퀸의 국내 수입건을 알아보기 위해서였고, 이외에도 휘트니나
구겐하임, 모마, 노이에, 프릭 컬렉션, 디자인 공예 박물관, 첼시의 셀수
없이 많은 갤러리들을 다녔지요. 항상 그랬듯이 말입니다.
바다위에 서니 참 행복합니다. 그래도 생이 유장하게
흘러간다고 믿게 하니까요......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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